입력 : 2025.10.01 11:53 | 수정 : 2025.10.01 14:05
[땅집고] “(임대주택이) 많이 지어지길 바라고 공급되길 바라면서 사업자를 죄악시하면 공급이 되겠습니까. 그 시각부터 버려야 하는데 민주당 정부는 그걸 죄악시하기에 모순되는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가 민간임대주택 공급 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을 통해 청년과 1∼2인 가구 수요에 걸맞는 비(非)아파트 공급량을 늘려 주거 비용 부담을 덜고,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다.
1일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 등록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내놨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에 이어 서울시가 두 번째로 내놓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다.
업계에선 서울시가 공공이 짓는 주택만으로는 서울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임대시장을 민간 주도로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번 방안으로 서울시는 민간임대주택을 건축할 때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수정·철폐하고 인허가 기간을 줄여 공급 속도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서울 민간임대사업자 수 93% 줄어…정부 규제 때문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 등록 민간임대주택은 총 41만6000가구로 전체 임차주택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유형별로는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가 80% 이상이며 민간임대사업자는 9만8000명에 달한다.
등록 민간임대주택은 임대료 증액이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사업자는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6∼10년 의무 임대 기간 동안에는 임차인의 계약 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규 민간임대사업자 수는 2018년 3만명에서 지난해 2000명으로 93% 급감했다. 2015년 민간임대특별법을 도입할 때만 해도 각종 세제 지원을 노리고 등록한 임대사업자가 많았지만, 이후 세제 혜택 축소(2018년), 단·장기 아파트 임대 폐지(2020년) 등 정부의 정책 변경이 이어진 영향이다.
여기에 2022년에는 이른바 '빌라왕 사건'으로 수요자 사이에서 비아파트 기피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비아파트 착공물량이 2015년 기준 반기별 평균 3만6000가구에서 지난해 약 2000가구로 공급이 거의 단절되기도 했다.
민간임대주택 공급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반면 임대시장에선 대학생, 사회초년생을 비롯해 방문외국인, 유학생 등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 병목을 풀고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서울시 판단이다.
◇오피스텔 건축 가능 부지 넓혀준다…인허가도 신속히
서울시는 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해 민간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소규모 오피스텔의 접도 조건을 기존 20m에서 12m로 완화해 건축 가능 부지를 확대한다. 이 방침을 적용하는 경우 그동안 간선변에서만 가능하던 오피스텔 건축이 보조간선변까지 늘어나게 된다. 내년 1월부터 적용 예정이다.
또 오피스텔 건축 시 건축위원회 심의 대상을 '30실 이상'에서 '50실 이상'으로 축소해 31∼49실 중소규모 오피스텔도 심의 없이 빠르게 지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앞으로 서울시는 용적률 추가 확보를 위해 일조 사선 규정 완화와 도시형 생활주택 층수 완화를 1층에서 2층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신속인허가협의체'도 구성해 선보인다. 자치구별 재량범위가 달라 발생하던 인허가 분쟁을 줄여 사업자 부담을 덜고 행정 절차를 병행 추진해 인허가 기간 자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더불어 건축계획 사전검토제를 도입해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와 건축인허가 절차를 중첩 적용하고, 해체·굴토·구조 심의를 병행해서 진행한다.
◇전세사기 예방책, 기업형임대 금융지원 강화…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서울시는 비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원인으로 지적되던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대책도 추진한다.
먼저 이달 말부터 임차인이 전세 계약 전 주택과 집주인에 대한 위험도를 확인하고 안전한 계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반의 '전세사기 위험분석 리포트'를 제공한다. 임차인이 계약 예정 주택의 주소만 입력하면 등기부등본,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 총 13개 항목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임대인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경우 임대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채무불이행 현황 등 11개 항목 정보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임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민관협의회도 정례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의 시장 참여 확대를 겨냥한 조치다. 최근 정부의 민간임대주택 주택도시기금 출자 비율이 기존 14%에서 11%로 감소했는데, 서울시가 신설하는 '서울주택진흥기금'을 활용해 내년부터 줄어든 만큼을 주택도시기금에 출자하기로 했다. 민간임대리츠 대출이자 중 2%도 지원한다.
정부에는 민간임대주택 시장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최근 민간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 기준 완화를 요청한 데 이어 주택임대사업자 대출 제한(LTV 0%) 완화, 축소된 장기임대에 따른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혜택 조정을 추가 건의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보증보험 요건 강화, 대출 원천 봉쇄 등 정책 때문에 민간임대주택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면서 "민간임대규제와의 전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시장은 이재명 정부를 겨냥하며 “세간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정책에서) 엇박자가 난단 이야기가 있는데 철학의 차이에서 연유한다"며 "임대사업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임대주택이) 많이 지어지길 바라고 공급되길 바라면서 사업자를 죄악시하면 공급이 되겠나"라며 "그 시각부터 버려야 하는데 민주당 정부는 그걸 죄악시하기에 모순되는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