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01 07:14 | 수정 : 2025.10.02 14:06
[땅집고]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한가운데 위치한 알짜 부지 개발이 20년째 미뤄져 논란이다. 최근 최고 73층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이 모든 인허가 절차를 마쳤지만, 주변 민원으로 착공하지 못한 상태다. 약 30m 거리에 위치한 초등학교 일조권 침해로 인근 주민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인건비·자재비 등 공사비가 상승한 여파로 풀이된다.
◇ 5월 착공한다던 73층 ‘시니어타운’ 지연
지난달 29일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 비에스디앤씨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07-7번지 일대에서 추진하는 ‘마린시티 복합시설 개발사업’은 당초 올해 5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9월 말까지 착공하지 못했다. 대지면적 1만8468.30㎡에 걸쳐 지하 7층~최고 73층, 2개 동을 짓는다.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을 포함해 판매시설, 근린생활시설, 의료시설 등을 조성한다.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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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지난해 7월 인허가 마지막 절차인 사전재난영향성 검토를 조건부 통과해 착공이 가능한 상황이다. 비에스디앤씨는 올해 5월 3000억원 규모 브릿지론 대출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조달한 2500억원 규모 브릿지론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이다.
비에스디앤씨는 부산 소재 디벨로퍼 백송홀딩스그룹의 계열사로, ‘마린시티 복합시설 개발사업’을 위해 2016년 10월 설립했다. 박정삼 백송홀딩스 대표가 지분 70%를 보유 중이다.
비에스디앤씨 관계자는 “착공 시일 등을 답변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 학교 일조권 논란 불가피한 땅
비에스디앤씨는 부지 매수한 이후 줄곧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건폐율 50% 이하, 용적률 1000% 이하 기준을 적용받아서 초고층 건축물이 가능한 곳이나,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사업 부지에서 왕복 6차로 마린시티2로를 지나면 해원초등학교가 있어 초등학교 일조권 침해 우려가 제기된다. 해원초 학부모들은 소음·진동·먼지 등 생활 불편, 공사 차량 증가로 인한 안전 위협 등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원초의 경우 최고 80층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와 72층 ‘해운대아이파크’, 48층 ‘마린시티자이’에 둘러싸여 있다. 개발하지 않은 비에스디앤씨 보유 부지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 초고층 건물이 있다.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급상승한 것도 공사 지연을 야기한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재해법 시행 이후 제조업 비용이 증가한 것 처럼, 건설업계도 안전비용 증가가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로 인해 사업자들의 ‘몸 사리기’도 심화하는 추세다. 비에스디엔씨를 보유한 백송홀딩스 역시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초대형 개발 사업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에스디앤씨 당기순손실은 370억원에서 381억원으로 2.9%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백송홀딩스의 경우 478억원에서 1366억원으로 185% 증가했다.
◇10년 전 백화점 들어섰을 자리 여태 개발 밀렸다
이 땅은 20년 전 수영만을 매립해 만든 마린시티 한가운데 있다. 맞은 편에 위치한 최고 80층 ‘해운대 두산위브 더 제니스’가 2007년 분양 당시 3.3㎡당 4500만원을 책정해 국내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우는 등 연일 화제였던 만큼, 이 땅 역시 조성 이후 줄곧 일대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주인이 2차례 바뀌었을 뿐, 실제 개발로 이어진 적이 없다. 2013년 7월 마린시티를 개발한 대원플러스건설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수한 한화갤러리아는 프리미엄 백화점 건립을 목표로 건축허가를 받는 등 백화점 사업을 가시화했다가 3년 만에 땅을 팔았다. 인근에 ‘신세계 센텀시티’ 등 프리미엄 백화점이 있어 출점을 포기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2016년 10월 새 주인이 된 백송홀딩스 관계사 비에스디앤씨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용도 변경을 꾀해 주거시설 개발을 추진해왔다. 2022년에는 최고 64층, 1000여 가구 주상복합 건립 계획도 내놨다. 그러다 주민과 행정당국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애를 먹었고, 결국 고급 시니어레지던스로 사업 전략을 변경했다. /westseoul@chosun.com
땅집고가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노인복지주택 관리 및 운영 전문가과정(6기)’을 다음 달 29일 개강한다.
강의는 10주간 총 16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3시30분~6시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