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30 11:22
[땅집고] “선거 때는 당선을 위해 공약 남발하더니, 당선 후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추미애는 위례신도시 행정구역 통합 공약 이행하라!”
이달 26일 오전 경기 하남시에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지역 사무실 앞에 샛노란 현수막과 함께 이 같은 외침이 울려퍼졌다. 현수막에는 ‘추미애는 위례신도시 행정구역 통합 공약을 이행하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적혀 있다.
추 의원은 서울 송파구, 경기 하남시, 경기 성남시 총 3개로 쪼개져있는 위례신도시 행정구역을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지난해 4월 하남시갑선거구 국회의원 당선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1년 6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어, 해당 지역주민들이 결성한 ‘위례신도시 시민연합’이 이를 규탄하고 나선 것.
◇서울 진입 전 버스 노선 뚝 끊기고, 집 바로 앞 학교도 못가…행정구역 다른 탓
수도권 2기 신도시로 서울 강남권 대체 주거지로 계획된 위례신도시. 총 면적 6.8㎢에 약 4만6000가구 규모로, 현재 인구 12만명이 살고 있다. 강남 배후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조성된 신도시인 만큼 서울과 맞붙어있는 입지는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행정구역 특성상 생활 불편이 크다는 불만이 끊임 없이 제기돼왔다. 같은 신도시인데도 서울 송파구(30%,장지·거여동), 경기 성남시 (40%, 수정·창곡동), 경기 하남시(20%,학암동) 총 3개 행정구역으로 나뉘면서 지자체 간 갈등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행정구역이 세 개로 갈라져있는 바람에 지역 교통·교육·복지 등 각종 행정서비스 측면에서 심각한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불만은 교통에서 나온다. 2008년 위례신도시 핵심 전철 노선으로 등장했지만 올해로 17년째 첫 삽 조차 못뜨고 있는 위례신사선이 대표적 사례다. 당초 위례신사선이 서울도시철도로 건설될 예정이라 담당 지자체가 서울시로 배정됐는데, 시비 총 1조8380억원을 들여 짓는 노선이다 보니 위례신도시 구역 중 서울 송파구를 제외한 나머지 성남·하남 지역은 전철역 개통 혜택을 못보게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위례신사선 계획도에 따르면 노선은 서울 강남구 신사역에서 시작해 청담·삼성·학여울·가락시장역 등을 거쳐 위례신도시역까지 총 11개역, 14.7㎞ 길이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 중 종착점인 위례신도시역(101정거장)이 위례신도시에 들어서는 유일한 역인데 계획상 신도시 중심부인 위례중앙광장에 지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송파구에 해당하는 곳이며, 나머지 하남·성남시에는 계획된 위례신사선 전철역이 하나도 없다.
한 위례신도시 시민은 “위례신도시 중 성남·하남 구역에서 서울로 가는 직통 버스를 개설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에서 ‘버스총량제’ 때문에 노선 증설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서울 송파구 행정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노선이 뚝 끊긴 교통 사각지대 신세”라며 “학교 역시 위례신도시 중 성남시 행정구역에 있는 학교들이 과밀학급이라고 해서 집 바로 앞에 있는 하남시 학교 진학을 요청해도, 행정구역이 달라 멀리 성남 원도심 학교로 가야 한다고 반려당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행정구역, 통합 단골 공약이지만…추미애도 안지켜
위례신도시 행정구역에서 출마한 정치인들은 이 같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겨냥해 선거철마다 ‘행정구역 통합’ 공약을 내세운다. 위례신도시에 한해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경기 하남시를 통합하는 특별 행정구역을 만들어주겠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4월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하남시갑 추미애 의원 역시 행정구역 통합을 내세우면서 지역 표심을 잡았다. 당시 추 의원은 2024년 12월까지 행정통합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이나 특별법 발의를 진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 의원은 관련 법안 발의를 한 건도 하지 않았고, 제도적 개선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는 위례신도시 주민들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집회에서 위례신도시시민연합 측은 이 같은 추 의원의 행보에 대해 “주민들의 반복된 질의에도 아무런 답변조차 내놓지 않은 것은 명백한 주민 기만행위”라며 “통합특별법 발의 지연 및 구체적인 발의 일정·추진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이들은 추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위례신도시 주민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1300만명 경기도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면서 “주민을 외면한 정치인은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입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고려하면 위례신도시 3개 행정구역을 통합해야 제대로 완성된 신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쉬운 건 하남 성남시에 소속된 위례신도시 주민들이지, 서울 송파구 입주민들이 아니라 서울시나 송파구 입장에선 경기권 일부 지역을 애써 편입해줄 이유가 딱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