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30 06:00
[땅집고]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서울아산청라병원이 착공조차 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당초 올해 6월 첫 삽을 뜨고 2029년 개원을 목표로 했지만, 공사비 급등과 병원·출자기관 간 비용 분담 갈등,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한 병원 재정난이 겹치면서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1000만 실버 시대,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골든타임 놓치지마세요!
◇공사비 1조원 돌파
29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서울아산청라병원 건립을 맡은 청라메디폴리스PFV는 6월 착공 계획을 세웠으나 3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서울아산청라병원 사업은 2021년부터 추진했다. 총 사업비 약 6000억원을 들여 청라 MF1블록 9만7459㎡(2만9533평)에 8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짓는 계획이다. 암센터, 심장센터, 소화기센터, 척추·관절센터 등 전문 진료 시설을 갖추고, 해외 및 인천권 환자의 중증 질환 치료를 목표로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해 12월 건축허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4년 사이 건축자재·인건비가 폭등하면서 예상 비용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초기 6000억원 수준이던 사업비는 5000억원이 늘어나 현재 1조원을 넘는 규모로 불어났다. 병원 건립비 분담을 둘러싸고 서울아산병원과 출자기관 간 이견이 커진 이유다.
서울아산청라병원 건립 주체인 청라메디폴리스PFV에는 KT&G, 하나은행, HDC현대산업개발, 우미건설, 서울아산병원 등 9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당초 건립비는 5대5로 부담하기로 했지만, 최근 6대4 비율로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다만 주주 간 의견이 갈리며 합의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재정난…협상 장기화 우려도
서울아산병원은 자체적으로도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태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입원환자는 62만4447명으로 2023년(92만6794명) 대비 32.6% 줄었다.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는 충북대병원(-36.8%), 서울대병원(-32.8%)에 이어 감소 폭이 세 번째로 컸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5억원 흑자를 냈지만, 전년 영업이익(323억원)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엔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의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경영 사정이 악화하고 공사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이와 관련해 사업자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PFV 또한 녹록지 않다. 청라의료복합타운 내 오피스텔 분양 수익으로 건립비를 충당하는 구조인데, 인천에서 오피스텔 분양가를 크게 높이는 것도 부담이다. 추가 사업비 확보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주주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착공이 무기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아산청라병원은 총 2조4000억원 규모로 계획된 청라의료복합타운의 핵심 시설이다. 병원 외에도 카이스트·하버드의대연구소 등 연구·교육 시설, 라이프사이언스파크, 창업지원 시설, 시니어 헬스케어 클러스터, 오피스텔 등이 조성된다. 인천경제청은 병원을 선(先)착공해 사업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워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FV와 아산병원 모두 사업 포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인천경제청과 협력해 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gg@chosun.com, o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