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29 16:30 | 수정 : 2025.09.29 17:56
[땅집고] “나는 왜 우유부단할까, 무능력한 걸까. 남들은 부동산을 잘도 사고팔던데…”
이러한 증상을 한마디로 ‘의사결정 장애’라 한다. 과거에는 집을 사거나 옮길 때 이런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다. 마치 모자나 장갑을 사듯 필요에 따라 단순히 결정했을 뿐이다.
이러한 증상을 한마디로 ‘의사결정 장애’라 한다. 과거에는 집을 사거나 옮길 때 이런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다. 마치 모자나 장갑을 사듯 필요에 따라 단순히 결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집값이 나날이 비싸지고, 주택은 거주공간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바라보면서 의사결정 장애가 심해진 것이다.
◇재테크 수단된 집, 매수 결정 점점 더 어려워져
물론 과거에도 집을 자산증식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인플 중심의 사고나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가령 30년 전에는 집을 구매할 때 ‘홈(가정)’과 ‘하우스(자산)’의 비중이 40대 60 정도였다면, 요즘은 20대 80쯤으로 기울었다고 본다. 세입자 전세금을 안고 투자하는 순간 주택투자는 홈과 하우스의 비중이 사실상 0대 100이다. 오직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것이다.
[반값할인]40억 건 데이터로 AI가 뽑아낸 100% 성공하는 경공매 추천 물건, 지금 할인받기
투자 목적이 강할수록 의사결정은 더 어려워진다. 타이밍을 잘 맞춰 적기에 사고파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잘못하면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손실마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해야 후회가 없을까? 이것저것 생각이 너무 많으면 결론은 늦어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확신 신호만 받지 않는다. 반대 신호도 함께 접수된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하락한다는 신호와 상승한다는 신호가 동시에 쏟아지면 결정이 어려운 것이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더욱 헷갈린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는 이렇게 조언한다.
“확대경으로 보면 몸속에 벌레가 우글거려요. 자, 갈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을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겠소?”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는 방법이다. “내가 왜 집을 사고 팔아야 하는가?” 이 단순한 질문에 답해 보면 된다. 바로 생각 단순화의 힘이다. 마음을 가난하게 할 때 비우는 ‘장자의 심재(心齋)’에서 배울 점도 있다. 또 투자보다 필요를 우선시해 판단하면 의사결정이 훨씬 쉬워진다. 간절함과 절박함이 의사결정의 강력한 ‘심리적 무기’다.
◇집 구입할 때 여러 사람 의견 들어봐야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이 집을 사지 못하는 이유는 구매력이나 결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구매력이란 적어도 3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결단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관련 지식을 꾸준히 쌓아야 결정적 순간에 정확히 판단할 힘이 생긴다.
집을 팔지 못하는 이유는 매도 후 대안이 없거나, 후회가 두렵거나, 욕심이 많아서다. 집을 사고팔 때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도 무난한 방법이다.
나중에 판단이 틀리더라도 자신이 덜 미울 것이다. 무엇보다 내 탓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자신을 토닥거릴 수 있을 것이다. /글=박원갑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