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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15% 올라도 분담금 줄었다…'포레나' 달고 날아오르는 상계주공5

    입력 : 2025.09.28 06:00

    [땅집고] “시공사를 바꾼 만큼, 빨리 속도를 내야죠. 아파트가 이렇게 낡았는데 재건축을 안 하면 되겠어요? 노원이 외곽이라도 상계주공5단지는 역세권인 만큼, 재건축하면 확실히 입지가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상계주공5단지 주민 A씨)

    [땅집고] 상계주공5단지 아파트 내부에 재건축 시공사가 한화건설부문으로 확정된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유지인 인턴 기자

    26일 서울 지하철 노원역(4·7호선)에서 3분 정도 걸으니 노원구 대표 재건축 단지 '상계주공5단지'가 나왔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5층짜리 아파트다. 갈색 벽돌 기둥에 적힌 ‘대한주택공사’ ‘상계주공5단지’ 글자는 39년의 흔적을 보여주듯 페인트칠이 벗겨진 지 오래다. 단지로 들어서자 ‘한화 포레나, 최고의 시공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은 2021년 정비구역 지정을 거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2023년 가구 당 최소 5억원 분담금이 예고되면서 한동안 표류했다. 시공사가 GS건설로 확정되고 난 직후인 2023년 2월 재건축 기대감으로 매매가가 5억4000만까지 올랐으나 분담금 폭탄 소식이 알려지자 2024년 4월 4억500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올해 9월 시공사를 GS건설에서 한화 건설부문으로 바꾸면서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집값도 호가 기준으로 5억5000만원으로 1억까지 치솟았다.


    [땅집고] 상계주공5단지의 입구 왼쪽에 있는 벽돌 문주에 '상계5단지아파트' 문구가 적혀있다. 39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듯 글자 일부는 벗겨져 있었다. / 유지인 인턴 기자

    ◇”드디어 재건축 탄력” “그래도 분담금 폭탄” 의견 갈려

    현장 곳곳에서는 정비사업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단지에서 만난 한 40대 주민은 “5년 전, 재건축을 기대하고 이사왔다”며 “우리 단지가 역세권 포레나 아파트로 바뀐다면 일대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른 50대 주민 역시 “아파트가 이렇게 낡았는데, 재건축을 안하고 계속 살 수가 없다”며 “분담금이 걱정이지만, 빨리 재건축을 해 새 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오래 전부터 재건축을 예고한 만큼, 수년째 도색을 미뤄왔다. 아파트 곳곳에서 벗겨진 페인트와 늘어진 전선, 녹슨 난간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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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상계주공5단지 아파트 외벽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져 있는 모습이었고 베란다 난간들은 녹이 슬어 갈색으로 변색됐다. / 유지인 인턴 기자

    ◇ 상계주공5, ‘자이’ 버리고 ‘포레나’ 간다

    1987년 준공한 상계주공5단지는 최고 5층, 19개 동, 전용면적 37㎡ 단일 평형으로 이뤄진 총 840가구 규모다. 지하철 4·7호선 노원역이 도보권이고, 중계동 학원가와 가깝다. 지하 3층∼지상 35층, 5개 동, 996가구로 재건축 추진 중이다.

    이 단지는 2018년 안전진단 통과, 2021년 정비구역 지정을 거치면서 상계주공 1~16단지(15단지 제외)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그러나 2023년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후 가구 당 5억원 이상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 반발이 일었고, 시공사 해지 수순을 밟았다. 용적률이 93%로 낮지만, 대지지분이 적고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어 공사비를 사실상 조합원이 떠안아야 해서다. 전용 31㎡ 보유한 조합원이 전용 84㎡를 받으려면 최대 7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공사를 새로 뽑으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 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한화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확정했다. 총 공사비는 3772억원이다. 3.3㎡(평)당 770만원으로, 2021년 GS건설과 계약했던 650만원보다 약 15% 올랐다.

    2024년 9월 사업시행계획인가 당시 서울시가 도입한 ‘사업성 보정계수’영향이다. 당초 10~20% 수준이었던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범위’를 20~40%까지 늘려 일반분양을 확보할 길이 열렸다. 업계에서는 이 단지 일반분양 물량이 3가구에서 101가구로 늘고, 가구 당 분담금이 9000만원가량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 추가 분담금은 얼마로 책정될까

    다만, 억대 분담금 납부로 인해 재건축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최초 분양자라고 밝힌 한 60대 어르신은 “이곳에 살면서 재건축을 기대했는데, 추가 분담금이 5억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 재건축이 달갑지 않다”며 “자이든, 포레나든 어떤 아파트가 되더라도 결국 억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다른 데 보면 공사비가 점점 올라가던데, 여기 있는 사람 중 그 큰 돈을 부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고 했다.

    사업 시행을 맡은 한국자산신탁은 추후 정비사업 9부능선으로 불리는 관리처분 단계에서 분담금을 확정하는 만큼,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한자신 관계자는 “시공사 재선정 등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인건비, 자재비가 상승해 추후 공사비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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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참에 비싸게 팔자” “빨리 탈출” 양분된 집주인들

    일대 부동산들 역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사사사무소 관계자는 “분담금이 나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팔아치우자는 집주인도 있지만, 시세가 5억원 초반인데 시공사 재선정 이후 5억5000만원까지 부른 집주인부터 계약 직전에 물건을 거둔 집주인까지 다양한 상황”이라며 “다만, 아직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아 조금 더 관망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상계동 전원공인중개사사무소 김기동 대표는 “상계주공5단지가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추후 노원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재건축 연한을 채운 상계주공아파트가 하나씩 재건축을 해야 노원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겠나”라고 했다. /you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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