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70억 반포 원베일리서 6시간 맞선 파티…대기업 직장인·전문직 총출동

    입력 : 2025.09.26 11:59

    시세 총액 16조 아파트의 ‘찐부자’ 소개팅
    2년 만에 회원 600명 돌파
    강남권 인맥·신뢰도 바탕으로 빠른 성장

    [땅집고] “결혼을 생각하면 외모, 직업은 물론이고 집안까지 비슷한 상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간 여러 번 만남을 주선받았지만 눈에 차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 소문을 듣고 여기까지 찾게 됐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세빛섬. 국내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대규모 소개팅을 주최한 현장이다. 옷을 말끔히 차려 입은 남녀 120명이 몰렸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서 39세 이모씨를 만났다. 국내 대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이씨는 그동안 결정사(결혼정보회사)에 쏟아부은 돈만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귀뜸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그가 서초구 반포동까지 넘어온 이유다.


    그는 “비싼 돈을 주고 결정사에 가입해봤지만 매번 실패로 끝난 경험이 있다”며 “부모님 추천으로 오긴 했지만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는다”고 했다. 인당 1분씩 자기소개로 매력 어필을 한 뒤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는 서로 관심사를 묻고 답하며 대화를 나눈다. 이후엔 와인 파티와 루프탑에서 시간을 보낸다. 3시부터 시작한 행사는 장장 6시간이 걸려 9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행사 후 만난 이씨는 “옆 테이블에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어 커플 매니저에게 따로 만남을 요청할 예정이다”고 했다.

    이날 열린 대규모 소개팅을 주최한 건 결혼정보회사 ‘원베일리 노빌리티’다.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입주민들이 자녀들의 소개팅을 주선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지금까지 이 모임을 통해 성혼에 이른 커플은 11쌍에 달한다. 강남권에선 입소문이 이미 퍼졌다.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구글·테슬라 임직원이 선택한 30일 이상 단기임대 운영 1위 ‘블루그라운드’ 예약하기

    ◇ “미모 여성 많더라” 22살부터 48살까지 참여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입주민들끼리 소개팅을 주선하던 '원결회(래미안원베일리 결혼정보모임회)'가 아예 '원베일리 노빌리티'란 이름의 결혼 정보 회사를 설립해 눈길을 끈다.

    단지 내 수십명 규모 소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올해 2월부터 서초구·강남구 거주자 전체로 가입 문턱을 낮췄다. 원베일리 주민의 추천이 있으면 타 지역 사람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모임을 만든지 2년만인 지금은 인근 압구정동과 개포동 등에서도 회원이 유입되면서 등록 회원만 600명이 넘는다. 모임 가입자가 급격히 늘면서 법인 전환도 했다. 회원이 빠르게 늘어난 건 강남 일대에 퍼진 입소문 덕이다. “원결회 모임에 가보니 미모의 여성이 많더라”는 후기가 퍼지며 가입 문의가 이어졌다. 최연소 회원은 2004년생 여성, 최고령 회원은 1977년생 남성이다.


    ◇ 소개팅 피로도 줄인 ‘검증된 맞춤 매칭’ 강점

    법인 전환 이후에는 단계별 회원제를 도입했다. 기본 등급인 실버는 가입비 50만원이다. 1년간 최대 4회까지 단체 소개팅에 참여할 수 있다. 크라운(500만원)은 단체 소개팅과 함께 1:1 소개팅 5회가 주어진다. 로열노빌리티(1100만원)는 명문대 출신이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을 엄선해 매칭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최상위 소버린은 가입비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상속·법률 자문 서비스까지 포함하며 이미 수십 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결혼정보회사는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등급일수록 만남 횟수가 늘어난다. 반면, 원베일리 노빌리티 만남 횟수에 집중하지 않는다. 시중 결정사와 비슷한 가격대의 서비스에 가입하면 만남 횟수는 훨씬 더 적다.

    다만 1대1 상담 시간이 길어 매칭 확률을 높이는 게 장점이다. 만남 횟수가 적더라도 검증된 회원을 모집해 피로도 줄고, 만족도도 높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원베일리노빌리티 커플 매니저인 나수정 이사는 “비싼 돈을 내고도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반복해 만나다보면 피로도가 쌓여 오히려 지친다”며 “업무 강도가 높은 전문직 참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적은 횟수로도 만족할 수 있는 맞춤식 매칭을 제공하는 게 강점이다”고 했다.

    ☞ 손품, 발품 다 팔아도 없던 내 맞춤 아파트 여기에 다 있네!

    ◇ “좋은 사위·며느리 원해 시작” 법인으로 확장

    맞춤형 매칭이 가능한 배경으로는 지역 기반 네트워크 시스템이 꼽힌다. 강남권에서 크고 자랐다면 부모끼리 이른바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라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매칭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인 소개 없이 직접 가입을 요청한 사례 가운데서는 자산 규모만 강조한 경우 오히려 가입을 거절당하는 사례도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의 시세는 최근 70억원을 넘어섰다. 평당 2억원을 돌파했다. 2023년 분양가가 18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몇 년 만에 50억원 이상 급등했다. 2990가구 시세 총액만 16조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들어 고소득·고스펙의 젊은 미혼 입주민이 유입되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원결회를 최초로 결성한 이태화 원베일리노빌리티 회장은 “원결회 자체가 나 스스로 좋은 사위를 맞고 싶어 추진한 모임”이라며 “내 자식뿐 아니라 조카, 지인들도 믿을 만한 관계에서 인연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확장해왔기 때문에 처음의 정체성에 충실해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mjbae@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