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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1600만원 회사, 수백억 부동산 사들여…노재헌 재테크의 비법은

    입력 : 2025.09.26 10:00

    [땅집고] 서울 종로구 가회동.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북촌으로 10여 분쯤 걸어가면 붉은 벽돌 외관의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씨가 2009년부터 14년간 보유했던 빌딩이다. 가압류 논란으로 화제가 된 이 건물을 2023년 140억원에 매각했다. 매입한 법인은 바로 ‘네오트라이톤’. 이 법인 최대주주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다. 네오트라이톤은 건물(A동)과 부속 한옥(B·C동)을 사들이면서 은행에서 약 96억원을 담보 대출로 조달했고, 나머지 44억원은 현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땅집고] 네오트라이톤이 140억원에 매입한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빌딩./카카오 로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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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이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법인이 서울 북촌과 용산 등지에서 고가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차명회사 투자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불거졌지만, 당사자의 출석이나 해명은 없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김승원 의원은 “노재헌 이사장이 네오트라이톤을 통한 부동산 투자에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을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더불어 민주당 소속으로 판사 출신이다. 노재헌 이사장은 최근 이재명 정부 첫 주중대사로 내정됐다.

    노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네오트라이톤은 2008년 설립 이후 2012년까지 노 씨가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 홈택스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 씨가 부동산 임대·매매업을 하는 주식회사 네오트라이톤의 지분 60%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오트라이톤 과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분구조는 노재헌 60%, 채현종 20%, 육상근 20%이다. 채현종·육상근 등은 노 씨와 사업적·인적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땅집고]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이달 11일 이재명 정부 첫 주중대사로 임명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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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오트라이톤은 자본금이 1660만원에 불과한 소규모 법인인데, 수백억 원대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38억5000만원, 2016년 51억원, 2017년 43억원이 이런 방식으로 회사에 흘러 들어갔다. 네오트라이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주들이 법인에 대해 2015년 38억5000만원, 2016년 51억원, 2017년 43억원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무이자·무담보 형태로 대여해준 내역이 존재한다. 이런 구조는 소액 자본의 법인을 통해 대주주나 실소유주의 자산을 법인 명의로 운용하는 전형적 차명거래 의심 패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본금이 얼마 안 되는 회사가 주주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 수백억 원대 부동산을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자금 조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북촌 가회동 부동산의 경우 네오트라이톤은 2023년 8월 30일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소유권 이전 등기는 2024년 6월 28일에야 이뤄졌다. 부동산 실거래 신고 의무(통상 30일 이내)와 잔금 지급 직후 등기 신청한다는 관행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지연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등기 지연은 매입 주체 또는 실소유주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을 경우,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노 씨는 네오트라이톤이 소유한 용산구 동빙고동의 고급 빌라인 ‘힐사이드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사이드하우스는 2017년 사용승인을 받은 빌라다. 네오트라이톤이 개발했고, 노 씨가 거주하는 가구를 제외하고 매각해 수익을 냈다. 2017~2021년 사이 네오트라이톤은 해당 빌라의 1~4층 8개 주택을 팔아 약 104억2000만원의 매각 대금을 확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자본금이 미미한 법인이 수백억 원대 부동산을 거래하고, 자금이 주주 쪽에서 무이자로 흘러간 정황이 보이면 차명거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인의 실소유주와 자금흐름을 추적하면 의문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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