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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씨앗'과 '공급 무능'으로 맞붙은 서울시장 선거 전초전

    입력 : 2025.09.25 06:00

    서울시 민간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발표 예고… ‘신통기획 시즌2’ 관측
    정비구역 지정 기준 21만 가구, 실제 착공 실적은 4곳뿐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 신속통합기획를 통해 현재까지 21만 가구, 내년 상반기까지 31만 가구 규모의 공급 씨앗을 뿌린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공급 기준을 정비구역 지정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가시적인 공급 성과인 착공 실적은 미비하다는 점에서 내년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경쟁자들의 비판은 거세질 전망이다.

    [땅집고]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속통합기획 토론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시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9월말 자체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 전망이다. 공공 주도의 공급 대책이 중심이 된 이재명 정부의 ‘9·7 주택공급 대책’과 달리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에 방점을 찍는 정책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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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시장은 신통기획이 현재까지 21만가구, 내년까지 31만 가구의 신규 공급 씨앗을 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31만 가구는 서울시 역대 최대 규모 주택 공급 물량이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물량은 이미 공급 절벽 상태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실제 착공까지 이어진 사업장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주택 공급의 성과가 없다고 비판하자 오세훈 시장은 “전임 시장 10년 동안 400곳 가까운 정비구역을 취소해 향후 20여 년간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을 모두 없앨 때는 어떤 역할을 하셨냐”고 반박했다. 서울 신규 주택 공급원인 재개발 재건축은 추진부터 완공까지 사업 기간이 20년 가까이 걸리는 장기사업이어서 현재의 공급 절벽은 오세훈 시장이 아니라 전임 박원순 시장의 정책실패가 원인이라는 의미이다. 업계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행정적으로 서울 정비사업의 원활할 진행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실제 착공은 서울시가 아니라 조합원, 시공사, 시장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 ‘오세훈표’ 신통기획, 역대 최대 공급 ‘씨앗’만 뿌렸다?

    서울시가 발표할 주택 공급 대책에는 2021년 도입한 신통기획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사업지의 실제 공급 속도를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지원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오 시장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속통합기획, 무엇을 바꾸었는가?’ 토론회에서 “서울은 믿을 것은 재건축 재개발 뿐인데 그 물량을 어떻게 서울 내, 특히 강남에서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 확보한 물량을 어떻게 신속하게 공급할 것인지에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입 4년차가 된 신통기획은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다. 시에 따르면, 신통기획 도입 이후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총 153곳, 약 21만 가구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31만 가구의 공급 기반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시가 직접 참여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한다. 통상 5년 이상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 내로 단축할 수 있다.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기존 18년 6개월에서 13년으로 줄이는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기존 정비구역 중 신통기획 방식을 채택한 곳까지 합하면 206개 사업지의 주택 공급 절차가 빨라진 셈이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조선DB

    주택 공급의 씨앗을 뿌렸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통기획 206개(재개발 122곳, 재건축 84곳) 사업지 중 실제 착공한 곳은 4곳뿐이다. 이 중 2곳(을지로3-6, 공평15,16)은 오피스 위주로 공급이 예정돼 있다. 서울시가 신통기획을 통한 공급 실적을 집계하는 기준을 정비구역 지정 여부로 뒀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두고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이 오세훈표 주택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근거도 미미한 착공 실적이었다.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오 시장은 공공이 느리다며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을 주장하지만 이분법적 생각”이라며 “공공과 민간 모두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주민 의원은 주택공급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서울의 경우 대부분 개발된데다 땅값이 비싸서 공공의 주택공급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박원순 전임 시장의 경우, 주택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을 유독 강조했지만, 규제의 강화로 이어졌을 뿐이다. 오세훈 시장은 정비사업과정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공공임대주택 확보하는 식으로 공공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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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발적 입주물량 증가 없는 재건축 추진은 집값 폭등의 불씨

    오세훈 시장은 규제완화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31만가구의 주택공급의 씨앗을 뿌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31만 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경우, 서울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정이 문제이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계 단계마다 집값 상승의 방아쇠를 당긴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 등 각종 지원을 해주는데 이 역시 집값 상승으로 바로 연결된다. 문제는 이런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서 속전속결로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주택멸실이다. 정비사업 주택들은 비록 노후화된 주택이어서 입지에 비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젊은층과 서민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이다. 반면 정비사업이 이뤄진 아파트들은 스카이브릿지, 커뮤니티 등 각종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임대료가 비쌀 수 밖에 없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대규모 아파트 젠트리피케이션이 불가피하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저소득층이 거주하던 낙후 지역에 중산층 이상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기존 원주민이나 영세 상인이 쫓겨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정비사업과정에서 저렴한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과 집값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유 재산인데, 서울시 공급 목표?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신통기획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까지의 절차를 간소화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만, 이후 본격적인 단계인 조합설립, 시공사 선정 등을 진행할 때 수많은 변수를 서울시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정비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추가분담금 문제는 행정적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사업성이 나빠져 사업 진행이 어려워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3로, 2020년 7월(99.31) 대비 5년 만에 31.72% 상승했다.

    분담금 부담을 덜기 위해 일반 분양가를 올리게 되는데, 주변 부동산 가격을 함께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시장 동향 공표보고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서울의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1평)당 4648만3000원으로 전월(4543만8000원) 대비 3.09% 올랐다. 이처럼 착공이 없으니 실제 입주 물량도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7681가구, 2026년은 9640가구, 2027년 9573가구에 불과하다. 연간 약 6만7000가구 수준으로 추산되는 필요 공급량 대비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오 시장의 신통기획으로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가 빨라지는 등 주택의 대량 공급을 위한 토대를 마련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실제 착공까지는 공공이 아닌 민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소유주, 조합원들의 사유 재산으로 진행하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 특성상 행정 절차보다는 경제 상황의 영향이 크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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