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24 10:07 | 수정 : 2025.09.24 11:07
[신희민의 뉴욕 부동산 읽기] ‘센트럴파크뷰’ 빌리어네어 ‘펜슬 타워’, 성공의 열쇠는 결국 입지
[땅집고] 뉴욕의 전통적인 부촌은 지난주에 살펴봤던 어퍼 이스트 사이드입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센트럴파크 남쪽에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마치 연필처럼 아슬아슬하게 가늘고 우뚝 솟은 초고층 럭셔리 주거 타워들, 이른바 ‘펜슬 타워’(Pencil Tower)가 속속 들어서면서 이 일대는 어느새 ‘빌리어네어 거리’(Billionaire’s Row)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땅집고] 뉴욕의 전통적인 부촌은 지난주에 살펴봤던 어퍼 이스트 사이드입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센트럴파크 남쪽에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마치 연필처럼 아슬아슬하게 가늘고 우뚝 솟은 초고층 럭셔리 주거 타워들, 이른바 ‘펜슬 타워’(Pencil Tower)가 속속 들어서면서 이 일대는 어느새 ‘빌리어네어 거리’(Billionaire’s Row)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불과 몇 년 만에 트렌드와 돈이 움직이는 맨해튼에서 어떻게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거리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펜슬 타워라는 건 과연 뭘까요?
빌리어네어 거리는 센트럴파크 남쪽, 57가에서 59가 사이의 작은 지역을 말합니다.
이곳이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센트럴파크를 바로 내려다볼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입지입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들어선 ‘One 57’, ‘432 Park Avenue’, ‘Central Park Tower’, ‘220 Central Park South’ 같은 펜슬 타워들은 모두 ‘센트럴파크 조망’을 앞세워 세계의 슈퍼리치들을 끌어들였습니다. 대체로 성공적인 분양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220 Central Park South의 펜트하우스는 초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인 켄 그리핀이 30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매입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빌리어네어 거리의 출발은 2014년 완공된 ‘One 57’ 타워였습니다. 리먼 사태 후 글로벌 자산가들이 찾던 ‘안정적인 트로피 자산’을 위한 개발 프로젝트였습니다.
두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번째 아찔할 정도로 얇고 높은 건물 모양입니다. 펜슬 타워라는 별명처럼, 뾰족한 연필을 연상시키는 형태입니다. 뉴욕 특유의 제도인 공중권(Air Rights) 덕분입니다. 공중권은 옆 건물들의 남은 지상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용적률은 건물 연면적을 바닥면적으로 나눈 것이니, 동일한 바닥면적에 얼마나 많은 건물 층수(높이)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비율입니다. 좁은 땅에 근처 땅의 용적률을 사들여 아슬아슬할 정도로 높은 타워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두번째는 센트럴파크 조망권입니다. 땅은 비싸서 넓게 짓지는 못하지만, 높게 지으려던 이유는 결국 좋은 뷰겠지요. 특히나 뉴욕 맨해튼 중심부의 센트럴파크가 보인다면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가격으로 이어집니다. One 57 타워가 성공하자 경쟁자들이 잇따라 뛰어들며 빌리어네어 거리를 형성한 것입니다.
처음의 성공이 지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분양 당시 화제를 모았던 초고가 유닛들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죠. 아래 One 57 리세일 자료처럼 대부분의 펜슬 타워들은 추후 매각 시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단 한 곳, 2019년에 준공된 220 Central Park South만은 예외였습니다. 라임스톤을 활용한 고전적인 외관 덕분에 클래식한 외관을 갖춘 이 건물의 성공 비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건축과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위치와 조망입니다.
220 Central Park South만이 이름 그대로 센트럴파크에 바로 맞닿아 있는 입지로, 어떤 신축 타워보다도 뛰어난 조망이 가능한 희소성이 있습니다. One 57 타워는 이름처럼 센트럴파크로부터 두 블럭 아래인 57가에 있고, Central Park Tower도 이름과 달리 57가에 있습니다.
결국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최고급 펜슬 타워의 가격을 움직인 요소는 단순한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입지와 소비자의 취향에 완벽히 맞춘 디자인이었습니다.
다음 화에는 맨해튼 서쪽 웨스트빌리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고급 단독주택인 타운하우스가 어떤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자리잡았는지 설명드겠습니다. /글=신희민 플래토즈 CGO david@plateauxnewyork.com
(※플래토즈는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낡은 타운하우스를 리모델링해 코리빙·멀티패밀리 주택으로 재탄생시키는 도시재생 전문 부동산 디벨로퍼입니다. 필자는 보험사·사모펀드 등을 거쳐 미국 부동산 현장에서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고 있으며, 도시와 자산이 바뀌는 실제 사례를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