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24 06:00
[땅집고] 올해 7월 국민평형인 전용 84㎡(34평)가 40억원에 실거래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A아파트. 기존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해 2023년 입주한 총 3375가구 규모 고가 단지다. 최근 이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인 ‘클럽 자이안’이 배치된 동(棟) 건물 외벽에 새빨간 현수막이 내걸려 입주민 눈길을 끌었다.
이 현수막에는 ‘시끄러워 못 살겠다, 식당 세척기 당장 중단하라, 자이 웰스토리 자폭하라’는 문구가 적혔다.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현재 입주민 전용 식사 서비스를 운영하는 지하 1층 식당에서 식기도구들을 세척하며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건물 위층 주택으로 전달되면서 생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는 입주 당해인 2023년부터 단지 내 식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집값이 비싼 강남권 단지마다 입주민 편의를 높이기 위해 조·중·석식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 단지에도 적용됐던 것. 식사 위탁 서비스를 처음으로 맡은 기업은 아워홈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삼성웰스토리가 담당 중이다. 현재 평일 기준 점심과 저녁 2끼를 제공하고 있으며 식사마다 다른 메뉴를 제공하는 ‘한식사계’와 중석식 메뉴가 같은 ‘모던키친’, 아이들을 위한 메뉴가 포함된 ‘키즈’ 등 식사 유형을 마련했다.
올해 기준으로 A아파트 평균 식수는 600~700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입주민이 총 1만명 정도 되는 점을 고려하면 식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전체의 6~7% 정도에 그치는 셈이다. 그럼에도 매일 중식과 석식 두 차례 제공을 위한 식기 세척이 이뤄지다보니 지하 1층 식당과 가까운 저층 주택 입주민이 세척기 가동으로 인한 소음·진동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웰스토리 측은 입주민이 주장하는 소음과 진동의 원인은 단순히 식기세척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 민원인이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매일 소음·진동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데, 식당에서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에 두 번, 오전 11시와 오후 5시에 시작해 2시간 정도 뿐이라서다.
삼성웰스토리 측에선 A아파트 입주와 동시에 불거진 지하 1층 지열 냉난방 시설 문제가 계속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 단지 총 35개동 중 8개동 지하 1층에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냉난방을 위한 지열 기계실이 설치돼있는데 2023년 일부 주민들이 지열 기계실에서 발생한 진동과 소음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던 일이다. 하지만 당시 두 차례에 걸친 추가 방진 공사를 마쳐 이미 관련 갈등은 해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삼성웰스토리 측과 협의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식기세척기 하단에 두꺼운 방진 패드 등을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화제가 된 현수막은 현재 외벽에서 철거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