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22 13:47 | 수정 : 2025.09.22 14:30
[땅집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 법정단체 전환을 위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개정안에는 한공협의 독주를 견제할 수단이 전혀 없어 신규 중개거래 플랫폼 진입 등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와 택시업계가 충돌한 사례를 언급하며 기득권 견제 필요성을 언급해 이른바 ‘부동산판 타다’ 사태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를 개정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와 택시업계가 충돌한 사례를 언급하며 기득권 견제 필요성을 언급해 이른바 ‘부동산판 타다’ 사태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를 개정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공협 법정단체 전환 초읽기…올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 높아져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7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인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한공협에 법정단체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정안은 협회를 임의단체에서 법정단체로 격상해 중개업 전반에 대한 지도·감독 기능과 윤리 규정을 마련하고, 자율 감시체계 구축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협회의 정관 제정·변경 시 국토교통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하고, 직업윤리 규정을 신설해 협회가 단순한 직능 단체를 넘어 공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한공협은 회원 공인중개사가 약 11만 명이며 전국 단위 조직망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상 법정단체가 아닌 탓에 무등록 중개업자나 속칭 기획부동산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감독 권한이 없다. 법안이 통과하면 일부 공인중개사의 일탈을 제재하고 전세 사기·무자격 중개 등 구조적 문제를 막을 이중 감시체계가 갖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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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안은 회원 의무가입 조항이 없고 한공협에 과도한 지도·단속권을 일임하지 않는 선에서 조율돼,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한공협이 법정단체가 되면 장기적으로 회원 의무가입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권한 집중과 통제는 자칫 플랫폼 기반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플랫폼 공동중개를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대한 견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한공협, 우대빵·집토스 등 신규 플랫폼과 갈등 전력
이 같은 업계의 우려는 한공협이 그동안 신규 중개거래 플랫폼과 자주 갈등을 빚었던데서 비롯한다. ‘반값 복비’로 알려진 다윈중개는 협회와 수차례 충돌했다. 협회는 다윈중개를 상대로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총 3차례 고발했으나, 모두 혐의없음(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협회는 다윈이 공인중개사 명칭을 무단 도용했다며 공인중개사법 제8조 유사명칭 사용금지, 제18조의2 불법 광고 금지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추가 대응에도 나섰다.
한공협은 중개보수 절감을 내세운 우대빵부동산과도 고소전을 벌였다. 협회는 우대빵의 광고와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고소했고, 우대빵 측은 “한공협 소속 공인중개사가 협박 및 업무방해를 했다”며 맞고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반값 복비 광고판 떼라”는 협박성 행위가 발생한 언론에 보도되면서 양측 간 집단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법정단체도 좋지만…견제 장치 반드시 필요”
부동산 업계에서는 한공협의 법정단체 전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권한 남용과 신규 플랫폼 진입 제한 가는성을 걱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한공협의 권한 남용을 감시할 수 있는 독립기구 마련, ▲한공협 의무가입 방지 조항 명문화, ▲플랫폼 배제 행위 금지 등 안전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공협이 법정단체가 되면 명분을 내세워 플랫폼을 더욱 배제하거나 통제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감시와 함께 제도적 견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최근 “‘제2의 타다 사태’를 만들지 않겠다”고 한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택시 면허 제도가 ‘타다’ 택시와 충돌했는데 결국 이해관계 조정을 잘못했던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기존의 지위가 위협받는 영역이 많이 생겨나는데, 많은 토론을 통해 충돌을 최소화하고 모두 서로 더 나은 길을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