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22 10:53
[땅집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메인 도로에 위치한 한 대로변 빌딩이 경매 시장에서 ‘찬밥 신세’다. 감정가에서 120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가로수길 상권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경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5-18번지에 위치한 지하 2층~지상 5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이 다음달 최저 입찰가 386억원에 경매를 진행한다.
22일 경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5-18번지에 위치한 지하 2층~지상 5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이 다음달 최저 입찰가 386억원에 경매를 진행한다.
☞전문가가 직접 공개! ‘AI 가 분석하는 경매 성공전략’ 무료 세미나 열린다
대지면적 220평(약 725㎡), 연면적 약 715평(2365㎡) 규모인 이 건물의 감정가는 603억원으로, 평당 약 2억7487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달 10일 진행한 2차 매각기일에서 최저입찰가 482억원으로 시작했지만 낙찰을 받지 못했다. 두 번의 유찰 후 최저 입찰가는 감정가 대비 64% 수준인 386억원까지 떨어졌다. 감정가 대비 무려 217억원이 낮아진 셈이다. 도로변 노출이 좋은 상가임에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빌딩은 2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하며, 2019년 7월 준공됐다. 지상 1층은 소매점과 휴게음식점, 2~4층은 소매점, 5층은 일반음식점으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상가건물임대차 현황서에는 다수 사업자가 등재돼 있지만 실제 소유자는 은행으로, 장기간 공실 상태로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도보 5분 거리라는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권 침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체월든에셋중개법인 대표는 “가로수길에 애플스토어가 장기간 임대를 시작하면서 주변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했고 가격 부담이 커진 임차인들이 떠났다”며 “가로수길 상권 침체를 해결하려면 과거 압구정로데오 상권이 침체했을 때 건물주들이 합심해서 임대료를 낮춘 것처럼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가로수길 상권은 압구정로데오, 성수동 등으로 상권 트렌드가 분산되면서 공실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 기준 가로수길의 공실률은 43.9%로, 서울 주요 길거리 상권 중 가장 높았다. 1분기 대비 2.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서울 7대 길거리 상권의 평균 공실률은 15.2%에 불과해 가로수길의 상황이 더욱 심각함을 보여준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