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22 06:00
[땅집고가 만난 사람-김헌동 전 SH 사장] “LH 사장 돼 직접 개혁 추진…공급 틀 바꾸겠다”
“LH, 매입임대주택 당장 중단하고,
반값아파트 공급해야…이재명도 공감할 것”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나랑 공감대를 나눴던 몇 안되는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9·7 공급 대책을 보면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을 잘못 설정한 것 같아 우려가 큽니다. 내가 LH 사장이 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LH, 매입임대주택 당장 중단하고,
반값아파트 공급해야…이재명도 공감할 것”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나랑 공감대를 나눴던 몇 안되는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9·7 공급 대책을 보면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을 잘못 설정한 것 같아 우려가 큽니다. 내가 LH 사장이 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주말이었던 지난 13일 오후 2시 20분쯤 휴대폰이 울렸다. 지난해 11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시민운동가로 돌아간 김헌동 전 사장의 전화였다.
이날 통화에서 김 전 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LH가 국가 땅을 팔아치워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해 ‘땅 강도’라고 지적하고, 주택 공급책으로 내가 주장한 ‘반값아파트’를 적극 지지했던 사람”이라며 “그런데 이번 공급 대책을 보니 이런 대통령의 가치관이 전혀 담기지 않았고, 오히려 역행하는 내용이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LH 사장직에 도전해 조직을 개혁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토지임대부 주택, 이른바 ‘반값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기업마다 아파트 건설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설파해온 인물이다.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실제 SH 사장 재직 시절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와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반값아파트 총 1800여가구 공급 실적을 내고, 과거 SH가 분양한 아파트 건설 원가를 줄줄이 밝혀 업계 주목을 받았다.
지난 18일 오전 김 전 사장을 만나 LH의 역할에 대한 그의 관점을 들어봤다.
-LH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50~60년 동안 LH는 정부 산하 기관으로서 주택 공급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다. 그러면 세계 최고의 주택 업자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LH가 짓는 아파트, LH 브랜드를 단 아파트는 저품질이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서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LH는 집 장사는 포기하고 땅 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전국 곳곳 그린벨트와 논밭에 규제를 풀어 집을 지을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는 기관인데도, 이 특권으로 헐값에 얻은 수도권 알짜 땅을 민간기업에 수백억 수천억원을 받고 팔아 넘겨 왔다. 반대로 서울 도심에서는 곧 무너질 것 같은 허름한 빌라를 수억원을 들여 매입한 뒤, 전월세 형태로 빌려주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 숫자만 채우는데 급급하다. 이건 진정한 의미의 공급 대책이 될 수 없다.”
-앞으로는 LH가 수도권 신도시를 직접 시행한다는데.
“말장난이다. 9·7 공급대책에 따라 앞으로 수도권 신도시에선 LH가 땅을 팔지 않고, 민간건설사에 위탁해 시공만 맡긴 뒤 직접 분양하겠다는 것인데, 구조상 땅을 민간(개인)에 팔아 넘긴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아니냐.
나는 LH가 아파트를 건설하면 토지는 갖되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형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LH가 주택을 공급할 때 토지까지 분양해버리면 소수의 국민들만 수도권 땅을 점유하면서 대대손손 배불리고, 기회를 얻지 못한 나머지 국민들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 LH 역시 아파트를 지을 땅을 점점 잃게 되니 손해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과거 나와의 대화에서 이런 LH의 수익 구조를 보고 ‘땅 강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SH 사장 재임 시절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반값아파트 1800여가구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부동산 침체기였지만 마곡지구에 10-2단지를 전용 59㎡(25평) 기준 3억원대에 분양했는데, 일반공급 경쟁률이 133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 땅값을 빼고 건물만 분양하니 분양가가 저렴해져 수요자들에게도 이득이었던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반값아파트 모델과 똑같은 ‘기본주택’ 공약을 내세웠었는데, 임기를 지내는 3년 동안 한 가구도 공급하지 못했다. 이번 9·7 대책에서도 반값아파트를 통한 공급 내용은 없다. 대통령이 공감했던 공급 모델인 만큼, 앞으로 LH 주도 공급 대책에 포함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LH 매입임대주택에 대해서도 꾸준히 비판해왔다.
“내가 LH 사장이 된다면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전면 중단하도록 할 것이다. 현재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주택 형태가 아파트인데, 빌라나 오피스텔 위주인 매입임대주택을 통해 공급량 숫자만 채우고 있으니 수급이 맞지 않아서다.
무엇보다 LH같은 공공기관이 이런 썩은 빌라들을 수억원씩이나 주고 사들이면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 가만히 놔두면 재건축·재개발되거나 소멸될 빌라·오피스텔인데 공공 수요가 뒷받침해주니 그 상위 상품인 아파트 값도 덩달아 상승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구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기 1년 반 동안 사들인 매입임대주택 구매량이 5만7363가구로, 총 10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돈이 모두 서울 집값을 폭등시킨 불쏘시개 역할로 쓰인 셈이다.”
-LH 사장 도전 포부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 정도 되었다. 대통령 기조대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시급한 시점인데, 정부 부동산 정책의 중심축인 LH를 개혁할 만한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 대통령과 반값아파트 등 모델에 대해 교감했던 만큼, 앞으로 LH가 이 같은 모델을 확대 공급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