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21 06:00
[땅집고] 정부가 빌라 등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 전세보증 가입 기준을 까다롭게 관리하고, 전세대출 한도까지 옥죄면서 빌라 집주인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호소하고 있다.
◇빌라 보증 ‘126%룰’, 98%까지 강화?…임대 사업자들 ‘절규’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조건을 공시가격의 98%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보증 가입을 위해선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여야 한다.
당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을 내줄 때는 빌라 가격을 정하는 일명 ‘126%룰’(빌라 가격은 공시가격의 140%로 산정하고, 담보인정비율은 90%까지 허용)을 엄격히 적용했는데, 지난 8월28일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HF)까지 기준을 똑같이 강화했다. 여기에 더해 주택담보인정비율을 70%로 강화하며 ‘98%룰’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시세가 3억원, 공시가격이 2억원인 빌라라면 최대 2억52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보증 가입을 완료할 수 있었는데, ‘98%룰’ 기준으로 바뀌면 1억9600만원까지 전세보증금을 낮춰야만 보증 가입이 가능하다. 만약 갑자기 제도가 시행되면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 만료시5600만원을 급히 마련해야 한다.
한 임대 사업자는 “애당초 HUG의 전세보증은 너무 조건이 까다로워서 가입도 못 했는데, 다른 보증 기관의 전세보증 가입조건을 비롯해 대출 규제 한도까지 강화하니 더 이상 임대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전세보증은 전세계약을 할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가입 기준을 까다롭게 하면서 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비아파트(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등) 전세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6.27, 9.7 대책으로 전세 보증금 대출 한도까지 옥죄면서 임대인은 새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로 보증금을 급하게 마련해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 보증기관의 보증 비율 상한을 기존 90%에서 80%까지 낮췄다. 지난 9.7대책에서는 1주택자의 경우는 전세대출 한도가 보증기관 별로 각각 달라 최대 3억원이었는데 이를 2억원으로 일원화했다. 수도권에서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도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목적 대출을 제외하고는 아예 금지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긴 더 어려워지고, 기존의 세입자의 계약 만료시 임대료를 무조건 낮춰야만 임대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6.27부동산 대책, 빌라에만 직격탄…강남은 여전히 상승세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 고가 주택을 겨냥한 대출 규제 방안과 규제지역 확대 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정작 서울 핵심지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고가 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가격이 오르고, 빌라 시장만 대출규제 직격탄을 받은 셈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중 19곳이 지난 8월 종전 거래보다 상승한 가격으로 거래됐다. 강남구의 경우 상승거래비중이 64.3%, 용산구는 59%, 마포구는 52% 수준이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장은 “거래량은 전국적으로 줄었지만, 서울은 여전히 상승 거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강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증 기준과 대출 규제를 동시에 죄면서 빌라 전세시장은 사실상 기능을 잃고 있다”며 “세입자는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지고, 집주인은 전세금 반환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서민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