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19 17:10
[땅집고] 한때 고급아파트의 상징이었던 서울 광진구 '워커힐아파트'가 우여곡절 끝에 통합재건축 추진에 나선다. 용도지역이 다른 1단지와 2단지를 통합해 최고 28층 규모, 총 1020세대 하이엔드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는 계획이다. 워커힐아파트는 1978년 분양 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 두 배 가격으로 국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준공한 지 40년이 넘으면서 건물 노후화와 주차장 부족 등 주거환경 문제가 불거져 201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워커힐아파트는 1978년 세계 사격선수권대회 선수촌으로 쓰였던 곳으로 시공 당시 최고급 아파트로 지어졌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도보 15분 거리다. 아파트는 1단지(2종주거지역)와 2단지(자연녹지지역)로 나뉜다. 1단지는 1978년 11월, 2단지는 1980년 3월 준공했다. 당시 시공사는 선경종합건설(현 SK에코플랜트)이다. 최고 13층 규모로, 총 14개 동에 576세대다. 전 세대가 56평~77평 대형평수다. 한강과 아차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입지적 강점도 갖췄다.
워커힐아파트는 전용면적 166㎡~226㎡의 대형 평형만 있다. 3.3㎡(1평) 당 가격은 약 4600만원으로, 광진구 평균인 4200만원 보다 높다. 올해 4월 기준 218㎡(공급면적) 평형이 31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1년간 매매가 평균도 상승했다. 218㎡ 평형 매매가 평균은 작년 6월 약 29억에서 올해 7월 31억으로 올랐다.
재건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애초 1,2단지 모두 통합하여 재건축을 시행하려 했으나 자연녹지지역인 2단지가 서울시 규제에 막혀 제동이 걸렸다. 단지 내에서는 1단지만 분리재건축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2016년 1단지 단독 재건축준비위원회를 설립했으나, 분리재건축에 동의하는 비율은 전체 입주민 중 44.6%에 불과해 진행이 어려웠다. 현재도 1단지 분리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이 있어 통합재건축을 위해서는 주민 설득과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5월 서울시가 2단지 내 자연녹지를 1단지와 동일한 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해 공람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통합 재건축 논의가 다시 불 붙었다. 워커힐아파트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통합재건축을 주도한다. 준비위는 1, 2단지를 통합해 전체 단지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체로 2018년 주민들이 뜻을 모아 구성했다.
준비위가 해안건축에 기획설계를 맡겨 제시한 통합 재건축 계획에 따르면 기존 576세대를 약 1020세대로 확대한다. 단지는 총 9개 동, 20~28층 규모로 조성된다. 용적률은 현재 108%에서 185%로 상향한다.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인 건폐율은 주변 단지보다 낮게 설계해 단지 전역에 넓은 녹지와 개방감을 확보한다. 최근 서울시가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높이 제한 완화, 용적률 상향 조정 등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대규모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재건축 단지는 다양한 평형으로 구성된다. 가장 큰 평형인 ▲96평 스카이 펜트하우스 22세대 ▲89평형 122세대 ▲77평형 180세대 ▲65평형 108세대 ▲64평형 144세대 등이다. 일반 분양으로는 중대형 평형인 33평형 444세대를 계획했다.
재건축 단지는 중앙정원을 중심으로 9개 동을 배치하고 최대 동 간격 220m를 확보해 탁월한 개방감과 채광, 조망을 실현했다. 이 중 2개 동에는 일반분양 33평형 세대가 들어서고, 나머지 조합원 거주동은 대형 및 초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한다.
워커힐아파트 재건축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는 3000평 규모의 호텔급 커뮤니티센터다. 인피니티풀, 스카이라운지, 올데이 다이닝, 호텔식 드롭오프존 등이 대표 시설이다. 세대당 약 3평 규모 대형 하이엔드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서 단지 전체가 프리미엄 리조트 같은 생활공간으로 조성된다.
준비위는 1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통합재건축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1단지만 분리재건축하는 것보다 2단지와 함께 통합재건축할때 더 완성도 높은 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설명회에서 통합재건축에 대한 주민 반응은 긍정적이었다는 것이 준비위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1단지 분리재건축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있어 향후 주민 의견 수렴과 주민투표 등 행정절차를 거쳐 통합재건축에 대한 주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준비위 관계자는 "워커힐 아파트 1단지와 2단지는 구역만 나뉘어 있을 뿐 관리사무소, 도로, 출입구, 전기시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실상 하나의 단지"라며 "분리재건축이 아닌 통합재건축을 해야 더 완성도 높은 단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