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19 06:00
[땅집고] “비가 조금만 세게 내리면 물이 차서 엘리베이터가 멈춰요. 신축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도 엘리베이터를 못 타요.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22층을 매일 걸어 다녀야 합니다. 정말 집에 가기 싫네요.”
“22층을 매일 걸어 다녀야 합니다. 정말 집에 가기 싫네요.”
인천 계양구 작전동 한 신축 아파트가 침수 피해로 엘리베이터를 못 타는 황당한 상황 처해 논란이다. 지난달 13일 인천 지역을 덮친 폭우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고장났으나, 한 달 넘게 수리하지 않아 전 주민이 최고 27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어쩌다 이런 기막힌 일이 벌어진 걸까.
이 단지는 2024년 1월 준공한 ‘작전역 베네하임 더원’이다. 지하 2층~지상 27층, 3개 동, 전용 59~84㎡로 이뤄진 총 166가구 규모다. 광성종합건설이 시공했다.
2022년 3월 분양 당시만 하더라도 인천 지하철 1호선 작전역 역세권, 인근 대단지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인해 기대를 모았던 곳이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5억8845만원(최고가 기준)으로, 평균 경쟁률 7.8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입주한 지 불과 1년 만에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면서 차량 수십여대가 그대로 침수되는 초유의 사태에 놓였다. 전기와 수도까지 모두 끊기면서 살 수 없는 집이 된 것이다.
지하 2층 커뮤니티공간에는 아직 빗물이 지나간 흔적이 짙게 남았다. 피트니스 센터의 경우 천장 마감재까지 모조리 뜯겨 나갔다. 깨진 창문 뒤로는 시커먼 곰팡이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엘리베이터 중단이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아이부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까지 이 단지 입주민은 모두 아파트 계단 수백개를 오르내리는 생활을 한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짐이 있는 날에는 불편함이 더욱 커진다.
아파트 주민 A 씨는 “교통과 생활 인프라, 신축 아파트라는 기대감에 이 아파트를 택했는데, 주거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해 너무 황당하다”며 “관리 주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제대로 된 대처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숨기기만 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며 “인천 지자체가 보여주기 식이 아닌 제대로 된 대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피해가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인근 배수로가 자주 막혔고, 계양구청이 이를 방치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일대 주요 건물은 폭우 당일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인 허리춤까지 물이 들어찼다. 해당 단지 지상 상가 10여곳도 비로 인해 영업 중단 처지에 놓였다. 지하 마트의 경우 20억원 상당의 집기와 물품을 몽땅 폐기 처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청은 주민들의 숙박비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배수로가 막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 무더위에 20층 아파트를 걸어다니는 게 말이 되나”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