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17 17:29 | 수정 : 2025.09.17 17:55
[땅집고] 건강한 패스트푸드로 유명한 미국의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Chipotle)'가 내년에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상륙한다.
SPC그룹 계열사 빅바이트컴퍼니가 치폴레 도입을 맡았다. 빅바이트컴퍼니는 SPC그룹 오너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주도한다. 앞서 허희수 부사장은 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 등 여러 글로벌 브랜드 한국 도입을 이끌어 냈다. 빅바이트컴퍼니는 치폴레와 합작법인 'S&C레스토랑홀딩스'를 설립하고 한국과 싱가포르 내 독점 운영권을 확보했다. 치폴레가 합작법인 형태로 해외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PC그룹은 2026년 서울과 싱가포르에 치폴레 1호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치폴레는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 치폴레라는 이름은 ‘태우고 말린 할라피뇨 칠리 페이퍼’라는 고추 이름에서 따왔다. 부리토, 타코 등 멕시코 요리를 선보이며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모든 메뉴에 유기농 재료와 밀가루 성분이 없는 글루텐프리 식재료를 주로 사용해 '건강한 패스트푸드'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한 끼 식사가 50달러를 넘는 뉴욕에서 치폴레는 평균 15달러의 가격으로 넉넉한 양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미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치폴레는 2006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2011년에는 S&P500 지수에 편입됐다. S&P500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의 주가를 산출하는 지수다. 2006년 상장 당시 치폴레 연간 매출액은 약 8억 2,290만 달러에서 2011년 S&P500 편입 시에는 약 22억 7,000만 달러로 늘었다. 2025년 상반기 매출액은 약 57억 달러, 순이익은 약6억 8000만 달러다. 현재 치폴레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7개국에서 3800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치폴레를 도입하는SPC는 그동안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넛, 쉐이크쉑 등 다수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대표 성공 사례는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이다. 2016년 국내 도입 당시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저렴한 가격의 햄버거가 주류였지만 SPC는 값이 비싼 프리미엄 버거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SPC의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국내에 '수제버거 열풍'이 불며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했다.
치폴레의 국내 경쟁상대는 '쿠차라', ‘타코벨’ 이다. 쿠차라는 대한제분 계열사 외식법인 보나비가 2011년 론칭했다. 치폴레와 유사하게 소비자 취향에 따라 타코 등의 메뉴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형 치폴레'로 불린다. 현재 강남, 홍대, 여의도 등에 직영매장 9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성장 초기 단계다. 또 다른 경쟁사인 타코벨은 최근 KFC코리아가 인수하며 매장 확대에 나섰다. 2014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1호점을 열었지만 10년이 넘도록 전국 11개 매장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SPC의 치폴레 도입이 쿠차라 등 국내브랜드와 함께 멕시칸 푸드 시장전체를 활성화할 것으로 평가한다. 쉐이크쉑 사례처럼 멕시칸 푸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여 시장규모를 키우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미식 수준이 높은 한국과 싱가포르 고객에게 세계적인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면서 "신선하고 건강한 치폴레의 맛을 현지 그대로 구현해 고객에게 특별한 미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치폴레의 한국 진출 배경에는 미국 본토에서의 매출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치폴레는 2024년 2분기 기존 매장 매출이 4% 이상 감소했다. 매장당 평균매출이400만 달러에 육박하지만 동일 매장 매출이 감소하며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o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