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17 15:11
[땅집고] 오는 18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확정적이다. 미국발 금리인하를 계기로 한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 번 5년 전 과잉 유동성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기 집값 거품 현상이 다시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되나…미국발 금리인하로 ‘유동성 확대’ 전망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7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평잔)은 4344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0.8%(35조9000억원) 늘어 넉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2.49%로 전월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 연속 떨어진 것으로 지난 2022년 6월(2.38%)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픽스는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된다. 이를 적용하면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6개월)가 현재 연 3.89~5.29%에서 연 3.87~5.27%로 0.02%포인트 낮아진다.
팬데믹 시기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통화량과 가계대출이 크게 확대되면서 주택가격의 위험지표가 높아지고 고소득 계층의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대폭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시기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을 뿐만 아니라 서울 전지역이 규제지역에 묶이고 세금 규제가 확대되는 등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책이 쏟아졌지만 집값이 대폭등했다. 다시 전세계적으로 저금리로 인해 집값이 오르는 이른바 팬데믹 버블이 발생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에 한발 앞서 이재명 정부는 6.27 대출 규제를 발표했고, 6억원 한도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제한됐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본격화할수록 정부의 정책 약발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더 강력한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당시 국토연은 유동성 증가에 대비한 몇 가지 정책을 제언했다. 하지만 당시 이 제언들이 곧장 대책으로 시행되지는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간 2022년까지 부동산 시장 활황이 이어졌고, 2023년 금리가 오르면서 침체기가 찾아왔다.
다만, 국토연의 제언은 현재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대 국면에 유효한 대안들이어서 향후 정부 대책의 밑그림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부동산 활황 시기 국토연의 제언, 올 하반기 부동산 규제에 반영될 가능성↑
국토연이 가장 강력하게 제언한 부분은 주택담보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자는 방안이었다. 당시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만 지역별로 차등 적용됐다. 이를 차주별 DSR(60%)로 확대하는 안이 제시됐다.
문 정부 말기에 DSR을 40%로 규제하는 방안이 발표됐고 윤석열 정부 들어 시행됐다. 현재는 업계 안팎에서 주택 매매 담보대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DSR을 확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토연 역시 전세를 통한 갭투자가 주택 매매가격 변동성 확대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유동성 증가가 본격화하면 향후 정부는 전세대출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또 국토연은 공모형 부동산 펀드와 상장리츠를 활성화해 단기 유동자금이 주택 매매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부동산으로 흐를 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에 장애가 생길 정도면 굳이 (10억 원 기준을)고집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한다”며 주식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가 기본적으로 부동산 투기 중심인 측면이 있다”며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상당히 도움이 됐고 지금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투기적 투자 유인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