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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혈세 먹는 하마 레고랜드..7000억 들이고도 벌써 1000억 자본잠식

    입력 : 2025.09.17 06:00

    목표는 200만명, 실제 방문객 50만명도 못 채워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땅집고] 춘천 레고랜드가 개장 3년 만에 결국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강원도가 ‘지역 관광산업의 미래’라며 공을 들였던 초대형 프로젝트가 심각한 부진에 빠지면서 존폐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땅집고] 레고랜드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개장 3년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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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춘천 레고랜드 운영사인 레고랜드코리아리조트는 지난해 영업손실 197억원, 당기순손실 135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03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당기순손실은 2022년 111억원, 2023년 289억원에서 지난해 1000억원대를 넘어서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매출 역시 곤두박질쳤다. 개장 첫해(2022년) 622억원에서 2023년 494억원, 지난해에는 38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60억원에서 200억원, 다시 197억원으로 이어졌다. 레고랜드는 구체적인 방문객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개장 당시 목표로 내세운 연간 200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실제 첫해 65만명 수준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5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악화 속에 경영진 교체도 이뤄졌다. 올해 7월 전임 이순규 대표가 퇴임하고 현재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 산하 코엑스 아쿠아리움 이성호 대표이사가 레고랜드 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화그룹에 입사한 이후 한화 더플라자 호텔 기획팀 팀장, 한화그룹 중국본부 레저부문 개발 총괄, 중국 완다 아쿠아리움 총괄, 씨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전문가들은 레고랜드가 기대에 못 미친 이유로 ▲서울에서 2시간 거리라는 ‘애매한’ 접근성 ▲계절·날씨에 취약한 운영 구조 ▲아이들 중심의 콘텐츠 한계 ▲ 즐길거리 부족 ▲주변 인프라 개발 지연 등을 꼽는다. 레고랜드의 영업 부진은 부동산 PF 문제가 ‘레고랜드 사태’로 집중 조명되면서 테마파크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몫했다. 레고랜드 방문객 사이에선 “가격은 비싼 편인데,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 등의 평이 많았다.

    춘천 레고랜드는 2022년 5월 강원도 춘천 의암호 하중도에 28만㎡ 규모로 문을 열었다. 전 세계 10번째 레고랜드이자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레고랜드 사업 시행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다. 강원도가 44%,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이 22%를 출자한 법인으로, 땅을 개발하고 분양하고 부지를 매각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체다.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주체는 멀린이다.

    강원도는 개장을 위해 수천억원을 투입하고, 50년간(최대 100년) 부지를 무상 임대하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기반시설 구축과 자금조달은 강원도와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주도했다. 교량·상하수도·전기·조경 등 기반 시설과 레고랜드 전용 주차장(4000대)을 책임지고 조성하기로 했다. 기반 시설 및 테마파크 주변부지 개발 등을 위한 강원도 투자 1419억원과 강원중도개발공사 투자 4542억원을 더하면 7300여억원을 레고랜드에 지원했다. 수천억의 세금이 투입된 셈이다.

    그런데 강원도가 대주주로 참여해 만든 레고랜드 사업 특수목적법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연간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400억원 이하 매출 발생시 0원이다. 매출이 연간 400억원을 넘으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임대수익의 3%를 배당금으로 받는 협약을 체결했다. 운영과 수익권은 전적으로 멀린 측에 귀속돼 지자체는 막대한 초기 투자와 재정 리스크를 감수한 반면, 실질적인 수익 구조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업은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때부터 시작했다. 최 전 지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 등 손실과 업무상 배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2부는 16일 최문순 전 지사의 첫 공판을 연다. 검찰은 영국 멀린사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도의회 의결 없이 대출금 한도액을 늘려 결과적으로 184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레고랜드는 적자 행진을 벗어나기 위해 올해 4월 200억원대 예산을 투자해 신규 놀이시설인 ‘스핀짓주 마스터(Master of Spinjitzu)’를 선보였다. 7월엔 17억원을 투입해 약 302평 규모의 대형 바닥 분수대로 최대 200명까지 동시 수용 가능한 '마리나 제트'를 개장했다. 최근에는 ‘오-썸머 축제’, ‘서머 커머셜 페스타’, ‘나이트 투어 패키지’ 등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 효과는 미지수다.

    레고랜드 관계자는 “테마파크는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특성이 있고, 앞서 문을 연 해외 레고랜드도 개장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수익성 개선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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