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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테크 감수하는 조합원이 봉이냐" 한강변 임대 로열동 배치에 분노

    입력 : 2025.09.14 06:00

    [땅집고] "몸테크에 분담금까지 감수해 온 조합원에게 임대세대와 동일한 한강뷰를 내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도대체 누굴 위한 소셜믹스인가요."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조합원 A씨)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이 서울시의 소셜믹스 정책을 두고 내홍에 빠졌다. 조합이 서울시 지침에 따라 한강 조망이 가능한 로열동에도 임대를 배치하는 설계안을 내놓자, “임대 때문에 소형 평형 조합원 170가구가 조망권을 잃는다”는 불만이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장 해임안이 상정됐다가 철회되는 등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조합은 최근 서울시 통합 심의를 앞두고 상한 용적률 확보를 위해 정비계획을 바꿨다. 핵심은 한강변 주동에 공공임대 70가구를 전면 배치하는 것이다. 전체 가구 수는 1450가구에서 1685가구로 늘었고, 임대주택도 159가구에서 321가구로 두 배 넘게 확대됐다. 전체의 2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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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단지 모습. /네이버 지도

    논란이 커지자 조합은 설명회를 열며 진화에 나섰다. 김운종 한강맨션 조합장은 일부 조합원들이 한강 조망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 지침을 반영하면서도 모든 조합원이 조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일부 가구의 시야가 가려질 수는 있지만 한강 조망이 불가능한 가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갈등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에서도 있었다. 처음에는 임대를 저층·비선호 동에 몰아넣었다가 통합심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결국 지난 6월 한강변 주동에도 임대를 포함한 수정안을 제출해야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갈리는 상황에서 임대 세대에 동일한 조망권을 부여하는 것은 ‘특혜’라는 불만이 조합원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 서울시 지침 탓에 선호 동 배정 물량이 줄고 일반분양 가구까지 줄어들면서 조합원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조합은 서울시 방침을 거스를 수는 없다. 정비사업은 속도가 곧 사업성인 만큼 시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사업 추진 자체가 좌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실주공5단지와 한강맨션 모두 사업을 추진해온지 20년이 넘은 만큼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소셜믹스 논란의 출발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그는 2022년 “신축 아파트 임대에 차별이 없는 완전한 소셜믹스”를 지시했다. 이후 한강변과 고층에도 임대세대를 고루 배치하라는 구체적 지침이 내려왔지만 ‘역차별’ 논란이 커지자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조합과 주민들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임대세대를 저층이나 한 동에 몰아넣으면 사실상 심의를 통과하기 어렵다”며 “서울시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설계 최적화가 무너지고,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애초 취지와 달리 서울시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의 현실도 서민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가 소셜믹스로 기부채납 받은 임대주택 중 강남권 물량은 보증금이 7억 원을 넘는 사례가 속출한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 전용 49㎡ 임대료는 7억7300만 원,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전용 59㎡ 임대료는 7억5000만 원에 달한다. 보증금만 수억 원에 이르는 임대가 과연 서민 주거 대책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1971년 입주한 54년 차 단지 한강맨션은 660가구 규모의 5층 노후 아파트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59층, 1685가구 규모의 ‘이촌 자이 더 리버’로 탈바꿈한다.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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