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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포식자로 돌변한 태광그룹…'횡령·배임' 전 회장 복귀 위한 포석?

    입력 : 2025.09.12 06:00

    과감한 몸집 불리기 나선 태광그룹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에 이어 애경산업 인수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에도 도전장

    [땅집고] 태광그룹이 부동산금융 자산 인수에 연달아 도전장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초 부동산 자산 운용 기업 흥국리츠운용을 설립한데 이어 지난 7월 태광그룹은 “부동산 등 신사업 투자를 위해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리츠운용은 서울 남대문 일대에 있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에 성공했다. 이 거래로 남대문에는 흥국생명 사옥과 별관을 포함해 태광그룹 소유 건물 6곳이 나란히 모여 이른바 ‘태광타운’을 이루게 됐다. 인수가격은 약 2000억원 중반 수준으로 알려진다.

    땅집고]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조선DB

    지난 8일에는 태광산업이 화장품·뷰티기업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약 63%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분 인수 가격은 4000억원대다. 아울러 국내 최대 부동산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에도 뛰어들었다. 자회사 흥국생명이 주도하는 이 인수전은 주력 경쟁사가 보헙업계 상위 기업 한화생명으로, 불꽃튀는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인수전에 필요한 금액은 약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로 섬유·화학 중심의 기존 사업 틀을 넘어서 부동산 금융사로서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태광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거의 다 털었어야 할 정도로 무리한 투자에 나선다는 시각도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과거 논란을 딛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전 회장은 과거 1600억원의 회삿돈을 배임·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63일만에 보석으로 석방돼 ‘황제 보석’이라는 논란을 샀던 적이 있다.

    ◇ 부동산자산운용사 1위 ‘이지스’ 인수전에 도전장 내민 태광그룹

    태광그룹이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인수전은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이다. 이지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총 운용자산(AUM)이 66조8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이다. 매수 대상은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 손화자 씨의 지분 12.4%와 재무적 투자자(FI) 보유 물량을 합친 지분 66%다. 이지스의 기업 가치는 8000억원대로 5000억원대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에서 태광그룹과 경쟁할 주력 후보 한화생명은 자산규모가 150조원 수준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한다. 최근 김동원 사장을 주축으로 인도네시아리포손해보험, 인니 노부은행,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하며 글로벌 부동산 금융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 사업 조직을 운영하기에도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태광그룹의 흥국생명은 자산규모 40조원대 수준으로 업계 7~8위권대 중소형사로 분류된다. 업황 부진으로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이 1조56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15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4.5%가 줄었다. 섬유·석유화학 계열사 태광산업도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태광산업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162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해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9721억원으로 전년대비 12.34% 줄었다. 현금성 자산은 약 2조원 수준이지만, 부채비율이 178.6%에 이른다.

    태광그룹은 올해 자산총액 8조6680억원으로 재계 순위 59위에 올라 있지만 그룹 전체가 당장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이어진 대규모 투자에 회사가 보유한 실탄 절반 이상을 털어 써야 한다.

    ◇ “적자 이어진 태광그룹…이호진 전 회장 경영 복귀설도 나와”
    [땅집고]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 업계에선 과거 논란이 많았던 이 전 회장의 복귀설이 나오고 있다. 사업 다각화라는 명분 하에 사실상 이 전 회장의 복귀 및 경영 세습을 염두에 둔 행보란 의혹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1년 회삿돈 약 160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구속된 이후 불과 63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돼 약 7년의 형 집행 기간 동안 사실상 자유롭게 생활한 것으로 알려진다. 건강 악화 사유로 수차례 형 집행이 연장되면서 실제 복역 기간이 짧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석유화학·섬유 업황의 구조적 불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사업재편을 위해 신사업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최근 다수 기업의 인수전 참여는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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