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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주택공급 참사'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 [기고]

  • 글=최민섭 호서대 교수

    입력 : 2025.09.11 11:12 | 수정 : 2025.09.11 15:25

    [기고] 통계 착시·LH 부채…이재명 정부 주택공급 ‘실용주의’ 맞나 | 최민섭 호서대학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

    [땅집고] 이재명 정부 탄생 3개월 만에 첫 번째 주택 공급대책이 나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는 서민주거안정과 시장 안정이다. 시장 안정을 위한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단순화 시켜서 육하 원칙에 적용해 보면 그 속살이 보인다. 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재구성 해보자.

    ‘서민주거안정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LH가 주체(시행자)가 되어 앞으로 5년간 다양한 주택을 적절한 장소에 공급한다‘.

    과연 정부의 생각과 의지대로 될 것인가? ‘왜, 누가, 무엇을’은 있으나 가장 중요한 ‘언제, 어디서, 어떻게’가 빠졌다. 토지와 재원 등 구체적 로드맵이 없으니 실현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8.16 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주택 27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250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하려다 공급폭탄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목표 수치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사상 최악의 공급절벽을 초래했다. 공급 참사가 빚어질 동안 주무 부서인 국토부는 뭘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정부의 공급 대책에 대해서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계획이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적어도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분석하고 그 실패를 뛰어넘을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거창하고 화려한 목표와 ‘우리를 믿어 달라’는 수사는 윤석열 정부 판박이다. 적어도 주택공급 계획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먼저 윤석열 정부 주택 공급 참사에 대한 반성문부터 쓰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이재명 정부 주택 공급 대책 신뢰성 회복의 첫걸음일 것이다.


    최민섭 호서대 교수


    내용에 알맹이가 없다보니 표현에 더 신경을 쓴 것 같다. 통계 착시를 유도하는 듯한 내용도 있어 유감이다. 앞으로 수도권에 매년 27만호를 공급한다면서 순증효과를 산출하기 위해 과거 3년(2022~24년) 연평균 착공실적(15.8만호)을 적용했다. 더욱 정확한 중심 경향치 통계인 과거 10년치 연평균 공급실적(25.8만호)을 사용하지 않고 3년치를 사용하여 비교우위를 돋보이게 하고 착시 현상을 유도했다.

    또한 공급시차 현상으로 인해 지난 3년간(2022~24년) 수도권의 착공 실적이 향후 3년간의 준공실적이 되므로 당연히 공급계획에 명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자료에는 향후 5년 착공기준 공급현황과 계획만 있다.

    정부는 공급의 체감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착공기준으로 공급량의 기준시점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대개 인허가 후 착공까지는 1년 정도가 소요되고 주택법에 따라 2년 안에 착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공급시차로 인해 아파트의 경우 준공까지 3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다른 변수들을 감안하면 준공시점으로 바꿔서 공급의 체감도와 신뢰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공공주택의 사업 시행자는 LH가 맡고 노후청사, 국유지 유휴부지 2만호는 기재부 소관이라고만 표기했지 구체적인 공급계획이 없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과연 LH가 시행자(디벨로퍼)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조직인지 동물적 감각과 새롭고 신선한 발상의 아이디어를 소유하고 있는 집단인지 현 상황에서 조직내부의 장단점과 외부의 기회요인이 무엇이고 위협요인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파악해야한다.

    주택 공급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 비효율로 흐를 수 있다. 북한과 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고 공공이 민간주택을 책임지겠다는 나라는 없다. 싱가포르는 자본주의 국가이면서도 토지가 국유화된 특수한 사례이다. 공공 특유의 비효율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민간의 경쟁을 통해 주택을 공급한다. 10대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이 갑자기 주택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LH는 벌써 부채가 170조원에 육박한다. 주택을 직접 공급할 경우,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노후청사 및 국공유지 유휴부지 개발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2020년 8.4 대책에서 계획한 수도권 내 3만3000가구중 실현된 것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사업기획안을 만든 후 해당지역 주민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상생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누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제도는 정치인이 만들지만 일을 디자인하고 실행하고 집행하는 것은 사람이다. 자본의 힘으로 단련된 민간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활용하기 위해서 파트너쉽도 구축해야한다. 사업이 잘못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된다.

    왜 우리는 늘 집 문제로 행복감을 느끼기 보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노동의욕 상실로 인한 무기력증을 감내해야 하는가? 시장은 이념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축으로 움직인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체화되지 않은 실용주의는 마치 화장실 안에서는 사회주의를 밖에서는 자본주의의 관성에 따라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재명 정부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우를 범하지 않길 기원한다. /글= 최민섭 호서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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