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9 06:00
[연중 기획-건설 재해 제로(0)의 길]
정부 “중대재해 발생 시 경제적 제재” 엄포
고령화·외국인 증가·근로시간 단축으로 건설업 부담 가중
[땅집고] 최근 정부가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시사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내 20대 건설사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안전 수칙 위반이나 중대재해 발생 시 다양한 경제적 제재 방식을 정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데 돈을 아끼거나, 안전보다 납품기한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는 단순한 ‘본보기식’ 제재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령화, 외국인 근로자 증가, 근로시간 단축 등 건설 노동 환경 변화가 안전 관리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공사뿐 아니라 발주처 등 건설공사 참여 주체가 안전관리 의무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정부 “중대재해 발생 시 경제적 제재” 엄포
고령화·외국인 증가·근로시간 단축으로 건설업 부담 가중
[땅집고] 최근 정부가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시사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내 20대 건설사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안전 수칙 위반이나 중대재해 발생 시 다양한 경제적 제재 방식을 정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데 돈을 아끼거나, 안전보다 납품기한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는 단순한 ‘본보기식’ 제재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령화, 외국인 근로자 증가, 근로시간 단축 등 건설 노동 환경 변화가 안전 관리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공사뿐 아니라 발주처 등 건설공사 참여 주체가 안전관리 의무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 안전 위협하는 건설노동자 ‘고령화’
최근 건설업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근로자의 고령화가 꼽힌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건설업취업자 총 196만명의 평균 연령은 51.8세로 나타났다. 2024년 1년의 51.3세보다 0.5세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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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건설업취업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8.1%(37만9000명)에 달하지만, 20~30대 근로자는 16.2%(21만9000명)에 불과하다. 단순 노무직(25만명)으로 좁히면 60대 이상 근로자는 32.3%(8만1000명), 20~30대는 16.7%(4만2000명)이었다.
건설 관련 자격증 취득 현황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10년간 건설 관련 기사 자격 취득자 중 40대 이상이 13%에서 41%로 28%포인트(p) 증가했다. 2004년 평균 37.5세였던 평균 연령도 20년만에 51.4세로 크게 높아졌다.
고령 근로자의 사망사고 건수도 많다. 산업재해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건설 공사 사고 사망자는 총 2061명인데, 이 중 60세 이상은 43.7%(900명)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2019년 33.6%였는데, 2020년 41.9%, 2021년 48.7%까지 급증했다.
◇ 소통 힘든 외국인 근로자 증가…“교육·컨트롤 힘들어”
또 다른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 증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 건설 근로자는 22만9000여명으로 전체 건설 근로자 156만여명의 14.7%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20년 11.8%에서 2023년 14.2%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운 건설업계의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미숙련 노동자가 늘고 의사소통마저 원활하지 않아 안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일상 생활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안전관리 매뉴얼 교육을 하기에는 언어적 장벽이 있다”며 “소통뿐 아니라 매뉴얼 준수를 하도록 해야하는데, 한국인 관리자가 외국인 노동자 컨트롤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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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 근로자 사망자도 2021년 41명에서 2023년 55명으로 증가했다. 사망 사고는 아니지만, 최근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광명서울고속도로 사고 당사자 역시 미얀마 국적 근로자였다.
◇ 공기 압박 심한데 주4.5일?…“발주처·시공사 안전관리 의무·책임 분담해야”
근로자 연령과 국적의 변화뿐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으로 문제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 52시간제 적용에 이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주 4.5일제 도입은 공기 준수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의 공공 공사뿐만 아니라 도시정비 등 민간 공사에서도 짧은 공사 기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은 결국 안전 관리 미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건설업은 대부분의 작업이 야외에서 이루어기 때문에 계절적, 기상적 요인에 의해 근로시간과 근로일수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현장에서는 계획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간작업, 주말 근무, 연장 근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업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사비 혹은 공사기간에 변경되는 근로 조건이 반영되지 않는 한 곤란’이라는 응답이 7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계절, 날씨 등의 변화 요인이 많은 현장 특성상 적용하기 곤란’이라는 응답이 64.2%로 뒤를 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에서 주 4.5일제는 꿈 같은 이야기”라며 “현장 근로자들은 단순 노동자, 관리자 모두 주 6일 근무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데, 오히려 근무일수를 줄이면 사고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주 4.5일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업종 특성에 맞는 주 4.5일제 모델 개발, 제도적 지원을 통해 현실적인 정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업은 발주자가 필요로 하는 시설물을 원하는 기간과 비용 내에서 시공자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해 생산하는 구조”라며 “(건설사고 감소를 위해서는) 영국의 CDM제도처럼 시공 이전 단계부터 발주자와 설계자를 안전관리 주체로 참여시켜서 의무와 책임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