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9 06:00
[건설사기상도] 새 먹거리 찾는다더니…비건설업 자회사 줄줄이 정리하는 GS건설
[땅집고] GS건설이 최근 신사업에 도전하겠다며 출범시켰던 자회사들을 줄줄이 정리하는 추세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공 분야인 건설업을 벗어나 새 먹거리 찾기에 열을 올렸던 것과 정반대 행보다.
[땅집고] GS건설이 최근 신사업에 도전하겠다며 출범시켰던 자회사들을 줄줄이 정리하는 추세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공 분야인 건설업을 벗어나 새 먹거리 찾기에 열을 올렸던 것과 정반대 행보다.
업계에선 2023년 GS건설이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시공하던 총 1666가구 규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자회사 처분의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도의적 책임으로 이 단지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5500억원대 손실을 안게 되자, 현금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본업 외 신사업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GS건설, 신사업 가지치기…GS이니마 1.7조 매각에 이어 줄줄이 매물로
GS건설은 지난 8월 24일 수처리 전문 자회사인 ‘GS이니마’ 지분 100%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에너지회사 타카(TAQA)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GS이니마는 GS건설의 100% 자회사인 글로벌워터솔루션이 갖고 있던 기업이다. 거래 규모는 12억달러로, 한화 1조6770억원 정도다.
GS이니마는 당초 스페인에 본사를 둔 회사로 브라질, 중동, 유럽 등 국가에서 담수화·폐수 처리 및 관련 인프라 사업을 진행해왔다. GS건설은 신사업 진출 목표로 2012년 GS이니마를 인수했으나, 약 13년 만인 올해 재매각에 나서게 된 것이다. 앞으로 GS이니마가 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규제기관 승인 절차 등을 거치면 2027년 2월까지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과 관련해 GS건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주력 분야에 대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GS건설이 최근 GS이니마 외에도 신사업을 줄줄이 정리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GS엘리베이터의 지분 55%를 제네시스PE에 66억원에 매각하고, 2020년 342억원에 인수했던 영국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유럽’에 대한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등이다. 올해 초에는 2020년 4월 베트남 동나이성에 준공한 알루미늄 폼 공장을 매물로 내놓고, 같은 베트남에서 바리아 붕타우 지역에 있는 석고보드 공장도 매각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현금 확보 나선 GS건설…본업 살리려면 당연한 선택
업계에선 GS건설이 건설 경기 침체로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2023년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로 인한 손실 5500억원까지 겹치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한 현금 확보 작업에 돌입한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GS건설의 자기자본은 5조1170억원, 부채 총계는 12조954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을 계산하면 253.16% 정도다. 사고 전인 2019~2022년까지 부채비율로 대체로 200%대를 지켜왔는데, 사고가 터진 2023년 262%에서 올해 253%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 매각 및 신사업 정리로 현금을 확보하면 GS건설 재무 사정이 나아질 수 있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GS건설은 본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잠실우성(1조6427억원), 신당10구역(3146억원)을 비롯해 부산 수영1구역(6374억원) 등 재개발·재건축으로 도시정비부문 수주액 총 4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총액인 3조1097억원을 이미 웃도는 금액이다. 올해 남은 하반기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서울 송파구 한양2차 재건축 등 현장에서 추가 수주까지 노리고 있다.
건설 부동산 분야 전문가들은 GS건설의 가지치기 전략을 통한 현금 확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본업인 건설업에 집중하면서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전략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GS이니마의 매각 계약 체결이 이어지면서 GS건설이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음이 뚜렷해졌다"면서 “업종을 둘러싼 불확실성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업종 불확실성이 누그러질 때 강한 반등세를 보여줄 조건을 갖춰 가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