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6 06:00
[땅집고 창간포럼] 김경민 교수 “양극화 앞으로 더 심해진다…‘슈퍼스타 아파트’는 필연”
[땅집고] “이제 한국 부동산 시장은 ‘서울’과 ‘비(非) 서울’로 나뉠 겁니다. 더 나아가 서울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반포·압구정·성수·한남 4곳이 상위 1%를 차지하는 ‘슈퍼스타 경제학’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4일 오전 조선미디어그룹 부동산 전문 플랫폼인 땅집고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간 6주년 기념 조찬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국내 건설·부동산·금융 관련 전문가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집값 동향을 맞춰 ‘족집게 부동산 전문가’란 별명을 얻은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이슈와 정책 그리고 경제 전망’을 주제로 특별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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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 교수는 “앞으로 ‘슈퍼스타 경제학’의 논리가 국내 부동산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1년 셔윈 로젠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특정 분야에서 소수의 개인·기업이 막대한 소득을 독점하는 현상인데, 마치 상위 1% 인기 아이돌이 연예계 수입 대부분을 가져가는 반면 비인기 연예인은 입에 겨우 풀칠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추세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김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서울’과 ‘비서울’로 갈린 추세다. 서울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015년 약 4억원에서 올해 12억원 수준으로 3배 가까이 오른 반면, 경기·세종지역을 비롯해 6대 광역시 아파트 집값은 같은 기간 2억원에서 3억~4억원대로 상승률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서울 집값이 압도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지하철 9호선과 경부선 라인이 지나는 경기 남부권, 즉 강남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분당·과천·평촌·수지 정도만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같은 서울 지역 안에서도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관측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서울시 아파트 시가총액 상위 10개 단지를 추린 결과 강남구 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 용산구 한남동, 성동구 성수동 총 4개 지역에 쏠려 있는 것으로 집계된 것.
자료에 따르면 1가구당 평균 추정 가격순으로 ▲한남동 ‘나인원한남’ 144억7022만원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89억3495만원 ▲한남동 ‘한남더힐’ 85억3046만원 ▲성수동1가 ‘한화갤러리아포레’ 79억2543만원 ▲압구정동 신현대 62억7554만원 등이다. 여기서 범위를 더 넓혀 상위 20개 단지까지 봐도 대다수가 4개 동네 위주로 자리 잡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서울이 글로벌 도시라지만 2020년까지만 해도 뉴욕·런던 등에서 볼 수 있는 고소득자 전용 초 럭셔리 주택 시장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후 인플레이션과 주택 공급 부족 등 이슈가 겹치면서 최고가 단지가 개발되는 특정 지역이 생겨났고, 이로 인한 ‘슈퍼스타 경제학’ 논리가 점점 더 굳건해지는 추세”라고 했다.
이처럼 주택 시장이 크게 양극화된 상황에선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설명한 이재명 정부의 6·27 대책처럼 지역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정책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대출 규제로 수요를 압박하는 것은 좋지만, 지역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일괄 규제는 시장 왜곡을 부를 수 밖에 없다”면서 “예를 들어 서울 지역 ‘슈퍼스타 아파트’ 단지들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전제로 실효 보유세를 대폭 인상해야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처럼 서리풀·용산·상암 등 국공유지를 개발해 거대한 분양 시장을 열어야만 효과 있는 공급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