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8 06:00
[땅집고가 만난 사람-이인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이주 없는 리뉴얼, 정비시장의 새로운 대안”
[땅집고] “앞으로 10년 뒤면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아파트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마칠 겁니다. 그런데 그 단지들이 30년 뒤에 또 다시 재건축을 할 수 있을까요. 주거 트렌드는 통상 5년 단위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시설을 고치려고 10~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이주하지 않고 기존 아파트 성능을 신축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이주 없는 리뉴얼’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땅집고] “앞으로 10년 뒤면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아파트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마칠 겁니다. 그런데 그 단지들이 30년 뒤에 또 다시 재건축을 할 수 있을까요. 주거 트렌드는 통상 5년 단위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시설을 고치려고 10~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이주하지 않고 기존 아파트 성능을 신축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이주 없는 리뉴얼’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현대건설은 최근 ‘아파트 대수선’, 즉 리뉴얼을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등지에서 굵직한 정비사업이 줄줄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업계 선두기업이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아직 씨앗 단계인 리뉴얼 사업을 선제적으로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인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은 최근 땅집고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 배경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10년만 지나도 정비사업 전성기는 사실상 막을 내릴 것”이라며 “대다수 건설사도 ‘아파트 리뉴얼’을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현대건설이 나서자,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이와 유사한 리모델링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 본부장은 “현대건설 리뉴얼 사업의 핵심은 바로 ‘이주와 철거 없이’ 아파트를 신축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입주민들이 공사비를 부담하더라도, 그 이상의 주거 편의성을 누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단순히 도색 새로하고 배관 고치는 수준으로는 안된다. 스마트폰처럼 각종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작업이다. 커튼월룩, 경관조명 등 외관 개선과 함께 Hi-oT 같은 첨단 시스템을 적용해 신축과 경쟁할 수 있는 상품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기술과 주거 트렌드에 맞춰 전기차 주차장, 가사용 로봇처럼 신기술을 반영해 고도화하는 것도 포함한다. 지하나 피난대피소 같은 단지 내 빈 공간을 커뮤니티 시설로 바꿔 단지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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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리뉴얼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금 짓는 아파트도 10~15년 뒤 트렌드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한 때 무인택배함을 안 만드는 신축 아파트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다. 전기차가 뜨면서 모든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충전기가 의무화 되는 등 트렌드 변화는 빠르고 예측하기 쉽지 않다.
현대건설은 부분적인 리뉴얼을 통해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마트홈 시스템 ▲전기차 친화형 주차 설비 ▲효율적 커뮤니티 공간 창출 등을 패키지화해, 단순 수선이 아닌 ‘업그레이드형 리뉴얼 모델’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객 니즈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느냐’다. 리뉴얼은 주민이 체감하는 아파트 가치 상승에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미래적인 정비 방식이다. 과거의 ‘철거→신축’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기존 자산을 보존하면서도 주거의 질을 신축 수준으로 높이는 방향이다. 단순히 아파트를 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기술 변화에 맞춰 업데이트해 나가는 개념을 정비시장에 정착시킬 계획이다.”
─왜 하필 지금 리뉴얼 사업에 나선 건지.
“대수선 방식의 주거환경 개선 모델은 2013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구보고서에서 처음 제시됐고, 2016년 서울시 리모델링 기본계획에도 반영됐다. 당시에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업으로 인식됐으나, 재개발·재건축 중심 흐름 속 건설사 참여가 미미해 추진 동력을 잃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준공한 단지들이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앞두면서 기존 정비사업 대신 대수선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정비사업은 도시정비법 적용과 조합 설립 등 절차가 복잡하고,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
반면 리뉴얼 사업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별도 조합 설립 절차 없이 행위허가를 위한 동의율만 확보하면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물론 주택법상 조합 방식으로도 추진할 수 있어, 단지별 여건과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존 정비사업보다 절차와 기간이 훨씬 간소하다.
공사 측면에서도 입주민들이 거주하면서 시공을 진행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본다. 현대건설은 주택 업계의 리딩 기업으로, 업계 처음으로 리뉴얼 사업안을 발표한 뒤 다른 대형 건설사에서 유사 사업을 발표하는 등 업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선두주자인 현대건설의 리뉴얼 사업은 이주가 없는 방식이라, 사업 기간이 훨씬 짧고 불확실성도 크지 않다. “
─사업 지속을 위해서는 사업성도 중요한데.
“대수선 사업은 외벽 도장, 시설물 유지보수 등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단발성 공사들을 적절한 시점에 한 번에 모아, 유지보수성 공사와 가치 향상 공사를 통합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요구되는 분담금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담이 낮다.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공사비가 대거 투입되는 기존 정비사업과는 달리 필요한 부분만 철거 후 재시공을 진행하기 때문에 폐기물 배출이 대폭 줄어들고, 입주민의 이탈 가능성도 없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이사 비용, 금융비용, 각종 수수료 등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절감한 예산을 외관·커뮤니티·첨단 설비 등 단지 가치 향상에 재투자한다면, 입주민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혜택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시공사 입장에서 보면 단일 사업장의 매출 규모는 정비사업 대비 낮은 편이다. 그러나 공사 기간이 짧고 회전율이 높은 특성을 감안하면, 대수선은 안정적인 틈새시장으로서 지속적인 매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
요즘 건설업에서 화두인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거주자 안전 확보, 소음·진동 저감, 생활 불편 최소화가 중요하다. 현대건설은 부서별로 저소음·저진동 공법 적용, 공사 구간 분리, 안전 관리 강화 등 체계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