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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배신한 도시…집값 반토막 난 '전국 미분양 1위' 도시의 굴욕

    입력 : 2025.09.07 06:00

    [땅집고] 총 3482가구. 올해 7월 기준, 경기도 평택 미분양 가구 수다.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 중 1위다. ‘미분양 지옥’으로 불렸던 대구 달서구(2618가구)보다 많다. 그럼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평택을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제외했다. 올 1월 대비 미분양 가구가 절반가량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여전히 평택 아파트 시장이 상당 수준의 미분양 물량으로 인해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잘못된 평가 기준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땅집고]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일대에 들어서는 '화양지구' 공사 현장 초입. 아파트 공사장 위치를 알리는 입간판이 줄줄이 세워져 있다. /강태민 기자

    ◇ 전국 미분양 1위 지역, 평택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경기도 평택 미분양 가구 수는 3482가구다. 올 1월 6438가구였던 것에 비하면 반년 사이 45.9%나 감소했는데, 여전히 전국 시군구 중 1위다. 경기도 전체 미분양 가구 수(1만513가구)의 3분의 1이 평택 몫이다.

    평택은 경북 포항(3020가구)과 함께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분양 가구 수 가 3000가구 이상이다. ‘미분양 지옥’으로 불리는 대구 달서구(2618가구), 서구(2823가구), 동구(2446가구), 북구(2198가구) 등 대구 구(區) 단위 자치단체보다 많다.

    총 2만 가구 공급 예정인 평택 화양지구는 2022년부터 약 3년간 1만 가구를 분양했는데, 완판한 단지가 없다. 브레인시티도 사정이 비슷하다. 서정리역과 고덕지구까지 차로 10여 분이면 도착해 화양지구보다 입지가 낫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부분 단지가 청약 경쟁률이 1대1을 밑돌았다.

    [땅집고] 경기도 평택 신축 아파트 분양 마케팅 자료. 화양지구에 들어서는 '평택화양' 아파트가 "0원으로 내집마련"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신영

    ◇ 안 팔려서 이렇게까지 하는데, 관리지역 아니라고?

    이런 가운데 HUG는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평택을 제외했다. 지난달에는 평택과 함께 이천, 울주, 강릉, 광양 등 5곳이 미분양 관리지역에 있었는데, 이달에는 이천시만 남았다. HUG는 미분양 물량이 1000가구 이상이면서 '공동주택 재고 수 대비 미분양 가구 수'가 2% 이상인 시·군·구 중에서 ▲미분양 증가 속도가 빠른 지역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는 지역 ▲신규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선정한다.

    지자체의 공급 제한, 사업자의 공격적인 마케팅 등의 여파로 미분양 가구 수가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을 반영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화양지구, 브레인시티 아파트 사업자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신영지웰 평택화양’의 경우 “0원으로 내집마련”을 내세웠다. 입주까지 계약금 500만원을 내야 하는데, 계약 시 축하금 500만원을 제공해 사실상 계약자 부담금액이 없다.

    [땅집고] 경기도 평택 신축 아파트 분양 마케팅 자료. /한신공영. 신영

    업계에서는 평택이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제외되면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입주까지 자금을 내지 않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계약률을 높일 수는 있겠으나, 여전히 평택 지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다.
    [땅집고] 경기 평택시 고덕동에 위치한 '고덕신도시파라곤' 입구. /땅집고DB

    평택 아파트 가격, 대장주도 반토막

    평택에서는 아파트 가격을 주도하는 대장주마저 맥을 못 춘지 오래다. 올해 초, 서울 인접지역에서 4년 전 부동산 시장을 집어삼킨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매수)’분위기가 나타난 것과 사뭇 다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평택 고덕 국제화 도시(고덕지구)’내 가장 비싼 아파트로 알려진 준공한 평택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 84㎡는 지난 달 6억1650만원(19층에 팔렸다. 2021년 9월 9억8000만원(15층)에 팔리면서 ‘10억 클럽’을 넘봤지만, 올 1월에는 5억8000만원(3층)까지 하락해 반토막 거래로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2019년 준공했다. 전용 71~110㎡로 이뤄진 총 752가구다. 초등학교가 단지 내에 있고 1호선 서정리역까지 도보로 15분이면 도착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가까운 직주근접 입지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지제역 인근 아파트도 고점 회복이 요원하다.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는 최근 7억8000만원(16층)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5월 8억3400만원(24층)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반등하는 듯 했으나, 8억원 이상 거래가 드물다. 매매 호가가 7억3000만원부터다.
    [땅집고] 2019년~2029년까지 경기 평택 아파트 입주 물량. /아실

    우리 집 안 팔리는데, 옆에 신축 또 들어선다

    평택 아파트 가격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꾸준히 공급 물량이 많아서다. 대규모 공급 앞에 가격 방어선이 와르르 무너졌다. 평택의 경우 화양지구·브레인시티를 중심으로 2028년까지 입주 물량이 2만3000여 가구 예정돼 있다. 대개 신축 아파트 입주는 일대 전세 시세를 낮춘 뒤 매매가에도 영향을 준다.

    총 5만6837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는 ‘평택 고덕 국제화 도시(고덕지구)’도 있다. 1단계를 마치고 2 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분양과 입주가 활발하다. 지난달에도 총 569가구 ‘고덕자이센트로’가 입주했다. 공급이 많은 탓에 준공 후 미분양 처지에 놓인 곳도 있다. 이달 입주하는 642가구 ‘고덕신도시미래도파밀리에’는 아직 분양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A31, A33, A34, A35, A36Q블럭 등이 분양에 나선다.

    관련 지표도 내림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평택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7.37이다. 2024년 2월 104.58을 기록한 후 17주 연속 떨어졌다. 누적 감소율 7.21%다. 인접 도시인 오산이 같은 기간 99.86에서 99.72로 소폭 내린 것과 대조된다.

    한편, 평택 아파트 가격 부진을 놓고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공급 폭탄으로 인한 침체’라는 의견과 ‘내집마련 시기’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네티즌은 “평택 고덕 아파트 가격이 저렴해 보이는데, 고덕 2단계가 들어서면 가격이 더 떨어질 지 전망이 궁금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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