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5 06:00
미신고 숙소 3만여 개 퇴출 강행
막대한 경제 기여, 규제 완화 명분?
[땅집고] 수년간 ‘불법 숙박업소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에어비앤비가 정면 돌파 카드를 꺼냈다. 미신고 숙소를 자발적으로 플랫폼에서 퇴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이런 움직임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할 테니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절박한 외침으로 읽힌다.
막대한 경제 기여, 규제 완화 명분?
[땅집고] 수년간 ‘불법 숙박업소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에어비앤비가 정면 돌파 카드를 꺼냈다. 미신고 숙소를 자발적으로 플랫폼에서 퇴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이런 움직임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할 테니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절박한 외침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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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과 함께 나아갑니다: 에어비앤비의 약속, 기여, 그리고 제언’을 주제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서 에어비앤비는 한국 사회와의 약속 이행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공유숙박 제도 개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10월부터 본격화할 미신고 숙소 퇴출 계획과 향후 운영 방향 등이 이날 논의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에어비앤비는 자사 성과를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에어비앤비는 2024년 기준 한국에서 약 8만 4500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국내총생산(GDP)에 약 5조9000억원을 기여했다고 밝혔다. 막대한 경제 효과를 부각하면서 “규제 완화 명분이 충분하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어비앤비는 오는 10월 16일부터 기존 등록 숙소에도 영업신고 의무를 전면 적용한다. 지난해 신규 등록 숙소에만 적용했던 제도를 모든 숙소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한 내 신고증을 제출하지 않은 숙소는 내년 1월부터 예약이 차단된다. 다만 신고증을 제출하면 재등록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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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추산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등록된 국내 숙소 약 7만2400개 가운데 41%인 3만여 개가 플랫폼에서 빠져나갈 전망이다. 에어비앤비가 감수해야 하는 손실은 적지 않다. 에어비앤비가 호스트에게 3%, 게스트로부터 14.1~16.5% 의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일 평균 숙박료 15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 불법 숙박업소 퇴출로 연간 수수료 손실만 1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에어비앤비 순이익이 26억 달러(약 3조5100억원)로 전년 대비 45% 줄어든 상황에서 또 한 번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호텔업계와 경쟁 플랫폼들이 숙소 공급난으로 ‘만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에어비앤비는 불법 숙소를 퇴출한다. 에어비앤비가 초강수를 둔 이유는 지금이 규제 완화와 점유율 확대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가 요구하는 핵심은 한국 공유숙박 시장을 옥죄고 있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관련 규제를 현실화해 달라는 것이다.
숙박업계 한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불법 숙소를 퇴출해 스스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시그널을 준 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전략으로 읽힌다”며 “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을 포기하기보다는 오히려 제도권으로 들어오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