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4 10:56 | 수정 : 2025.09.04 11:00
[땅집고] 기업용 복합기·프린터 전문기업인 신도리코가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토지와 건물을 2200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경매시장에서 단일 물건 낙찰가 중 역대 최고 기록이라 업계 관심이 쏠린다.
3일 경·공매 전문 플랫폼 땅집고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일대 준공업지역 토지 4274㎡(1293평)와 건물 2503㎡ (757평)이 총 2201억3597만7210원에 낙찰됐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맞붙어있는 물건인데, 경매시장에 등장한 뒤 최초로 진행한 1회차 경매에서 감정가(2201억6292만7210원)와 거의 맞먹는 금액에 낙찰자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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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업계에선 이 성수동 부동산이 경매로 한 번에 낙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젊은층이 찾는 상권이 조성되고 SM엔터테인먼트·무신사·젠틀몬스터 등 굵직한 기억 본사가 몰려들면서 서울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 된 성수동 입지긴 하지만, 최초입찰가가 2200억원을 웃돌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 아직 경기가 다소 침체된 상황인데다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성수동 부동산 경매 대금을 감당할 기업이나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본 영향이다.
하지만 해당 부동산이 1회차 경매에서 감정가와 맞먹는 2200억원대 금액에 단번에 낙찰되면서 시장 예상을 벗어났다. 그동안 경매 시장에서 낙찰됐던 단일 물건 중 역대 최고가 기록이기도 하다.
이 성수동 부동산을 낙찰받아간 주인공은 기업용 복합기·프린터 전문기업인 신도리코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도리코는 이달 1일 ‘취득예정자산 경매 낙찰 사실 확인’이란 제목으로 경매를 통해 투자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낙찰가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인 1조1435억8068만원 대비 19.26% 수준이다.
신도리코가 자산 총액의 20%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경매로 성수동 부동산을 사들인 이유가 뭘까.
먼저 신도리코가 이 경매 물건 인근에 이미 본사를 비롯해 기술연구소 등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집적 효과’를 노리고 경매에 뛰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약 해당 부동산 법적 용적률인 400%를 다 챙긴다고 가정하면 잠재적인 연면적이 1만7096㎡로, 약 5172평을 건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신도리코가 낙찰받은 땅에 업무 용도 건물을 짓는다면 성수역 2번 출구 일대가 ‘신도리코 타운’으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이번 경매 부동산은 투자 측면에서도 우량 자산이다. 성수역 2번 출구까지 불과 100m 정도 거리인 초역세권이면서, 대로변 코너 입지라서다. 위치를 고려하면 신도리코가 이 곳을 자사 업무용으로 쓰지 않더라도 다른 용도로 개발해 매각하거나, 일정 기간 보유한 뒤 단순 시세 차익을 노려볼 만 하다는 평가다.
김기현 땅집고옥션 연구소장은 “현재 주변 시세가 3.3㎡(1평)당 1억7000만원 수준인데, 올해 2월 경매 현장으로부터 360여m 거리에 있는 성수동2가 땅이 평당 2억7590만원에 고가 거래된 사례도 있다”면서“이 점을 고려하면 신도리코가 거둘 수 있는 잠재 차익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셈”이라고 했다.
한편 신도리코는 해외에서도 굵직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수동 부동산을 경매로 낙찰받은 다음날인 지난 8월 26일에는 종속회사인 ‘신도 프로퍼티 재팬’을 통해 일본 도쿄 한복판 시부야구에 있는 토지 및 건물을 843억원에 취득하기로 이사회에 의결한 것. 신도리코는 이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해 지난달 8월 22일 신도 프로퍼티 재팬에 유상증자로 1218억원 현금을 수혈하기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재 우석형 회장을 필두로 한 신도리코그룹이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부동산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장이 장녀 우소현, 차녀 우지원, 장남 우승협 삼남매에 경영권과 주식을 증여·상속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최근 매입한 부동산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