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3 06:00
[땅집고] 대구 수성구에서 추진되던 대규모 주거 단지 개발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분양 지연과 자금난이 겹치면서 수천억 원을 투입한 프로젝트가 부지를 공매에 내놓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대구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역 대형 개발 사업에서 추가 부실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황금동 850-6번지 일대에서 추진 중이던 ‘호반써밋 골든스카이’ 아파트 개발 사업이 중단됐다. 해당 부지 토지면적은 1만7388.6㎡로 현재 공매 절차를 밟고 있다. 최저 입찰가는 3298억원이다. 감정평가금액은 2748억원이다. 이달 18일부터 입찰을 진행한다.
호반써밋 골든스카이는 지하 5층~지상 44층, 4개 동 규모로, 아파트 592세대와 오피스텔 146실 등 초고층 주거복합 단지 총 75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당초 830가구를 공급하려 했으나 사업 계획 변경으로 100가구 가까이 줄였다. 황금동 일대 개발하는 주거단지 사업 중에서는 면적과 세대 수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부터 곧 분양한다는 소식이 나돌면서 사업지 인근에 모델하우스도 마련됐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업 시행사는 크로스일사삼홀딩스다. 2021년 11월 3650억원의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4.4~8.44% 금리로 조달했지만, 이후 공사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작년 8월에는 본PF를 4000억원 규모로 리파이낸싱했으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PF 대출은 사업장 토지를 담보로 선순위 대출 2500억원과 후순위대출 1500억원으로 나뉘어 대주단 모집이 이뤄졌다.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시공사 호반건설의 신용보강 방식이 연대보증으로 변경된 탓에 호반건설의 위험 부담이 더욱 커졌었다. 연대보증은 시행사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연대보증을 제공한 시공사가 상환 의무를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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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일사삼홀딩스는 본PF 전환 당시 대출만기일을 60개월로 설정했다. 책임준공 기한을 대출실행일로부터 58개월로 설정함에 따라 준공기한이 2029년까지 3년 가량 늘어났다. 당초 2026년 입주가 목표였다.
사업 지연으로 발생한 이자 비용은 막대했다. 사업비 이자만 2021년 1719만원에서 2022년 183억원, 2023년 300억원으로 급증했다. 4000억원 규모는 본PF은 7% 금리가 설정돼 연간 이자비용만 약 280억원으로 추정된다. 최초 PF 전환 이후 3년간 약 500억원을 이자로만 소진했지만 공정률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 개발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호반써밋 골든스카이는 대구 지하철 3호선 황금역과 어린이회관역 사이에 위치해 있다.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부촌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대구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 대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92주 연속 하락세다. 준공 후 미분양이 대구(3703가구)에만 3000가구가 넘는다.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대구에 이어 ▲경남(3468가구) ▲경북(3235가구) ▲부산(2567가구) ▲경기(2255가구) 등 순으로 많았다. 대구가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만큼 분양 적기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 지연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고, 고금리 PF 구조에서 장기간 사업이 진행될수록 이자 부담이 치명적이었다”며 “결국 사업권 자체를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