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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가방만 들고 오세요" 가전·가구 갖춘 '단기 임대' 인기

    입력 : 2025.08.27 11:19

    글로벌 단기 임대 운영 기업
    블루그라운드 한국 첫 진출


    [땅집고] “웬만한 가전과 가구는 다 있어서 캐리어(여행가방)만 들고 들어왔어요.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혼자 몇 달 살기에는 딱 좋습니다.”

    [땅집고] 블루그라운드코리아가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그니티 여의도'. 일부 호실에서는 거실에서 한강을 볼 수 있고 여의도 한강공원과 여의도공원이 가까워 산책과 운동을 즐기기에 좋다. 주변에 국내외 대기업이 많아 단기 임대 수요가 꾸준하다. /블루그라운드코리아

    지난달 초 한국을 찾은 영국계 대기업 임원 A씨(58). 비즈니스 때문에 서울에 오래 머물러야 했다. 그는 강남권에서 거주할 공간을 물색하던 중 맘에 드는 곳을 만났다. 바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스티 논현’. 글로벌 단기임대 운영 선두 기업인 블루그라운드(Blueground)가 한국 1호점으로 일부 호실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침실과 거실, 욕실, 주방을 갖춘 전용면적 15평짜리 고급 오피스텔로 냉장고·세탁기·침대·소파 등 가전과 가구를 완비했다.

    ☞“서울에도 떴다” 단기임대 글로벌 끝판왕 블루그라운드, 지금 예약하기

    A씨는 내년 2월까지 7개월짜리 단기임대 계약을 맺었다. 매달 임대료 약 450만원에 관리비는 추가로 낸다. 보증금은 한 달치를 예치했다. 그는 “처음엔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반(半) 전세도 보증금이 10억원 가까이 돼 포기했다”며 “해외에선 보증금을 1~2개월치만 내는데 한국에선 단기임대 아니면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올 4월 한국에 첫 진출한 블루그라운드가 한국 단기임대(계약기간 1년 이하 임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4월 말 1호점 오픈과 동시에 해외 주재원, 출장자 등 외국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점유율이 90%를 넘어 빈 방이 거의 없다. 블루그라운드는 수요 증가에 발맞춰 용산구 한남동, 강남구 청담동, 여의도, 충무로까지 서울시내 지점 6곳을 오픈하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외국기업 주재원·유학생들이 선호…3~6개월 계약 많아

    서울에서 블루그라운드를 찾는 수요층은 다양하다. 글로벌 기업 주재원, 스타트업 창업자, 외국인 유학생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설영 블루그라운드코리아 이사는 “호텔보다 가격은 합리적이고 아파트와 달리 보증금 부담도 없다”면서 “호텔과 아파트 사이의 중간 지점을 선호해 블루그라운드를 찾는다”고 했다.

    최근엔 한국 출장이 빈번한 다국적 기업에서 법인 명의로 블루그라운드와 단기임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블루그라운드는 최소 한 달 이상 계약만 가능한데 3~6개월이 가장 많고 영국·스페인·네덜란드·체코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로부터 예약이 쏟아지고 있다.

    201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한 블루그라운드는 단기임대 전문 기업으로 창업 10여년 만에 전 세계 30여개 도시에서 1만5000여개 임대주거 공간을 운영하는 글로벌 1위 업체로 성장했다. 구글·테슬라·애플·넷플릭스 등 4000여 개 대기업이 단골이다. 런던·두바이 등 주요 거점은 물론 도쿄·싱가포르 등 아시아 핵심 도시에도 진출했다.

    블루그라운드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집 같은 편안함’이란 모토를 내걸고 내부 인테리어와 고객 서비스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가전과 가구는 장기 체류 외국인과 기업인이 선호하는 사양으로 채워 만족도가 높다.

    ◇한국도 단기임대 급성장…글로벌 업체들 눈독

    블루그라운드 진출과 함께 한국 단기임대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전세보다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주거 트렌드가 급변하는 가운데 노하우와 자본력을 갖춘 외국계 기업들이 임대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모건스탠리 등은 한국에서 임대주택 개발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말 전국 주택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61.9%를 기록했다. 2020년(40.7%)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증가했다. 서울 도심에선 월세는 물론 주세(週貰)도 확산하고 있다. 정소빈 센트럴부동산 대표는 “예전엔 2년 이상 전세 계약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보증금 부담이 적은 3개월·6개월·1년 단위 거주 수요가 확 늘었다”고 했다.

    단기임대가 확산하는 이유는 집주인 입장에서 수익률이 훨씬 높고 공실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장기 계약 부담 없이 유연하게 거주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에서 단기임대 운영이 활발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 안에 서울 주요 권역에서 수천실 규모로 단기임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정을용 블루그라운드코리아 대표는 “서울은 전 세계 기업이 몰려드는 비즈니스 허브이자 문화 중심지로 단기임대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임차인에게는 유연한 주거 선택권을, 주택 소유주에게는 수익 모델을 제시하며 새로운 주거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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