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27 11:18 | 수정 : 2025.08.27 15:42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보증 미가입 사업자 등록 말소 엄포
관련 법령에 이미 있는 내용으로 ‘뒷북 대책’ 비판
[땅집고] “보증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도 못 걸러내는데, 이럴 거면 왜 청년 ‘안심’ 주택이라고 하는 거죠?”
관련 법령에 이미 있는 내용으로 ‘뒷북 대책’ 비판
[땅집고] “보증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도 못 걸러내는데, 이럴 거면 왜 청년 ‘안심’ 주택이라고 하는 거죠?”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최근 내놓은 청년안심주택의 보증금 반환 대책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청년안심주택 정책에 대한 서울시의 관리 감독 기능에 애초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만 19세~39세 사이의 무주택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에게 역세권 주택을 시세의 70~85% 수준에 공급하는 제도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사업자가 직접 매입해 공급하는 공공임대, 민간임대사업자가 공급하는 민간임대로 나뉜다. 2016년 역세권청년주택으로 처음 도입됐는데, 2023년 그 범위를 비역세권까지 넓혔다. 그 과정에서 ‘안심’을 강조하는 명칭을 붙였다.
건설 경기 악화로 인해 최근 일부 민간임대 물건에서 문제가 발생해 청년들에게 근심을 안겼다. 2023년 9월 입주한 송파구 ‘잠실센트럴파크’가 올해 2월 시행사가 시공사에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강제 경매가 개시됐다. 세입자들의 보증금 약 240억원이 묶이게 됐다. 또 동작구 사당동 ‘코브’는 최근 임대인의 개인 채무로 인해 약 30가구가 가압류에 걸렸다.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긴 이유는 임대사업자가 보증 보험에 미가입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잠실, 사당을 포함해 총 4개 사업장 287가구가 이런 이유로 보증금 미반환 우려에 놓였다. 강서구 내발산동, 강남구 도곡동 등 4개 사업장(총 944가구)도 보증 보험 미가입한 곳이다. 대주단 동의하에 보증금 인출이 가능한 별도 계좌를 관리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보증금이 묶인 청년들이 1231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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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법에 있는 내용이 대책? “보증보험 미가입 시 등록 말소”
서울시는 지난 20일 청년안심주택 보증금 미반환 우려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으나,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순위 임차인에게는 시 재원으로 보증금을 돌려주고, 후순위인 경우 S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피해 주택을 매입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반환할 수 있게 했다. 또 현재 보증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청년안심주택 사업자는 9월까지 가입하고, 향후 미가입 시 입주자 모집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청년안심주택의 법적 근거가 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에 따르면, 민간임대사업자의 보증 보험 가입은 의무화돼 있다. 보증 보험 가입이 현저히 어려울 정도로 부채비율이 높으면 지자체장(시장·군수·구청장) 권한으로 임대사업자 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 기 등록된 사업자라고 해도 보증 보험 미가입한 경우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진작에 관련 법에 따라 지켜졌어야 하는 것인데, 뒤늦게 대책으로 내놓은 셈이다. 청년안심주택 담당 부서인 주택실 전략주택공급과의 관리 감독 부실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해당 부서 관계자는 “민특법상에서 임대사업자 등록 신청 거부 등에 대한 권한은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은 각 구청장에게 있다”며 “서울시는 해당 정책의 명칭을 붙이고 직접 브랜딩했다는 책임을 통감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9월 예정된 국정감사를 통해 해당 문제를 소명할 예정이고, 광역단체장인 서울시장에게도 임대사업자의 등록 허가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민특법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석 주택실장은 최근 기자설명회에서 “일부 사업장에서 보증보험 가입을 누락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현재로서는 악성 사업자를 걸러내는 장치는 보증보험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보증 보험 가입 여부 확인이 부실 사업자로부터 세입자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정 장치라는 의미임에도 제대로 된 확인조차 안 됐다는 것이다.
◇ 올해 인허가 ‘0건’ 청년안심주택 지속성 의문
서울시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청년안심주택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경기 악화 속에서 중소사업자가 대부분인 청년안심주택 사업의 지속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청년안심주택 인허가 물량은 0건을 기록했다. 2021년 45건, 2022년 22건, 2023년 10건, 2024년 4건으로 매년 감소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청년안심주택 1만8000여가구 공급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시는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현재보다 완화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상태다. 일부러 보증보험 가입을 누락하는 경우보다는 사업자의 재무건전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구조적 문제로 거절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큰 사업성을 기대할 수 없는 청년안심주택 특성상 사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시는 그 대응책으로 내년 1월 도입 예정인 ‘주택진흥기금’을 활용해 월세 일부 공동 부담, 공사 단계 지원 등 민간사업자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월 민선 8기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높이기 위해 주택진흥기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용적률 등 도시계획적 인센티브뿐 실질적인 비용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인센티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규모는 연간 2000억원, 10년에 걸쳐 2조원에 달한며 연간 임대주택 25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진흥기금 활용 이전에 청년안심주택에 뛰어드는 부실 사업자 검증 기능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시 주택실 관계자는 “당연히 기금을 통해 부실 사업자, 악성 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업자 검증 기능이 보증 보험뿐이라는 점을 바뀌지 않기 때문에 민특법의 일부 개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