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27 06:00
[땅집고]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올해 2조원 규모의 공모 리츠를 설립하며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에 이어 세 번째 ‘조 단위’ 리츠를 출범시킨다. 업계는 대형 리츠 출범으로 국내 리츠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판교 테크원타워’ 담은 2조 리츠 출범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판교 테크원타워’(알파돔시티 6-2블록)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그룹 대표 리츠를 올해 안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해당 자산은 평가가치만 2조원에 달하며, 연면적 19만7236㎡로 최근 10년 내 국내 주요 업무권역에서 공급된 오피스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곳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했던 이 빌딩은 지난 7월 3.3㎡당 3300만원, 총 2조원 규모에 한국투자리얼에셋-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리츠 설립은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주도하고 카카오뱅크가 컨소시엄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통주로 각각 2500억원, 1000억원을 투입하고, 우선주 1000억원은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할 예정이다. 나머지 약 3500억원의 에쿼티(자기자본)는 내년 초 공모로 조달하며, 올해 말까지는 브릿지론을 통해 임시 확보한다. 대출 구조는 LTV 60% 수준에서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담보대출을 실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알려진다.
현재 테크원타워에는 카카오 계열사, IT·금융 대기업 등이 입주해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이 자산에 대한 임대 의사를 꾸준히 밝혀온 투자자이자 실수요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량 임차인을 다수 확보한 랜드마크급 자산인 만큼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기존 조단위 리츠도 주가 하락 피하지 못해…2조짜리 은퇴자금 묻힐 수도
무엇보다 시가총액이 조 단위에 이르는 대형 공모리츠의 등장은 리츠의 코스피200지수 편입 논의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코스피200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표성 있는 2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주요 주가지수다. 보통주를 기본 대상으로 하며, 리츠는 편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거래소는 상장리츠의 코스피200 편입을 위한 비용·편익 분석을 진행 중이지만, 시가 총액 규모 등 자격 충족이 어려운데다 리츠의 규모와 수익성이 지지부진해 올해도 무산 수순을 밞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조단위 대형리츠는 주가 안정성과 배당 지속성이 높아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는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정도가 조단위 리츠에 포함됐다.
다만 조단위 리츠라도 최근 주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보다는 공모가를 하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총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의 주의도 필요하단 지적이다. SK리츠의 경우 지난 6월 유상증자 여파로 주가가 13% 정도 하락했으며, ESR켄달스퀘어리츠도 150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로 인해 5000원대 최고가 대비 주가가 10% 이상 빠졌다. 상장시에는 기대감으로 자금을 모으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이후 자산을 추가할 때마다 유상증자를 하거나, 자산가치의 변동,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수익률이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단위 리츠라도 유상증자 시 기존 투자자의 지분 희석과 배당 축소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임차인 안정성 외에도 대출 구조, 만기 스케줄, 향후 금리 변동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