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27 06:00
[땅집고] “구의공원 파괴 반대에 대한 현수막을 위해 모금합시다. 광진구청장에게 반대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또한 계속 반대해야 조그마한 소득이라도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서울 동부권 핵심 개발 사업 중 하나인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이 인근 아파트 주민 반대로 인해 무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일부 주민이 현수막 시위 등 단체 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와 신세계프라퍼티 등이 추진하는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1988년 준공한 건물을 허물고, 복합쇼핑몰과 터미널을 조성하는 조(兆) 단위 개발사업이다.
서울 동부권 핵심 개발 사업 중 하나인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이 인근 아파트 주민 반대로 인해 무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일부 주민이 현수막 시위 등 단체 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와 신세계프라퍼티 등이 추진하는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1988년 준공한 건물을 허물고, 복합쇼핑몰과 터미널을 조성하는 조(兆) 단위 개발사업이다.
◇ ”소중한 공원 지키자” 이면에는 거액 보상금 기대?
논란이 터진 곳은 1996년 준공한 ‘구의현대2단지’다. 최고 27층, 전용 84㎡로 이뤄진 1606가구 대단지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 1번출구에서 250m가량 걸으면 단지 입구에 도착하는 역세권 아파트다.
이 단지 주민 일부는 동서울터미널 개발 사업을 수년째 반대 중이다. 단지 오른쪽에 위치한 구의공원이 서울터미널 공사 과정에서 터미널 대체지로 활용될 예정이라서다. 단지 인근에 차량 통행량이 늘고, 소음·먼지 등의 생활 불편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현재 이 단지 입주민들은 단지 외벽 등에 ‘구의 공원 개발 반대’ 내용을 담은 현수막 시위를 준비 중이다. 최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율모금안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단지 곳곳에 게재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는 “옆 단지(세양아파트)가 베란다에 130개 현수막을 걸어놨지만, 대단지인 우리는 현수막 없이 마음속으로만 반대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힘을 합쳐 광진구청장에게 반대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관리비에서 (현수막 관련) 인출이 불가해 모금을 하오니 자율적인 참여와 협조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 안내문은 공개 직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단에 “우리도 계속 반대를 주장해야 조그마한 소득이라도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겨서다. 실질적인 공원 개발 반대 이유를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 보상금을 염두한 듯한 내용을 쓴 것이다.
단지 주민 B씨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무엇을 바라고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본인들의 사익은 다른 방법으로 타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른 주민 역시 “일부 주민의 강경 반대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결국 ‘돈이 목적이었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13년 지역민 숙원사업 또 미뤄지나
구의공원 개발은 서울시와 신세계프라퍼티가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 기간 구의공원을 임시 터미널로 활용하고, 이후 공원 부지에 체육관 등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2022년 해당 계획안이 공개된 이후 인근 단지를 중심으로 찬반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해 현대2차 일부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 산하에 ‘구의공원지킴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서울시가 광진구 주민에게 불통이라면 광진구청장이라도 주민의견 수렴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구청장께서는 주민 의견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지역 숙원 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동서울터미널의 단점인 소음과 매연, 사고, 교통량 등을 해결할 카드로 꼽힌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12년 김기동 전 광진구청장이 광진구 발전을 위해 제시했던 카드다. 이후 한진중공업이 터미널과 최고 40층 규모 판매·업무·문화 복합시설을 조성하겠다는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상인 보상 문제 등으로 갈등이 터지면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2019년 10월 신세계프라퍼티가 신세계동서울PFV를 통해 동서울터미널 부지 지분을 총 4025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실상 사업권을 넘겨받아 현 상황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구의공원 부지를 임시터미널로 활용한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올해 5월에는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최고 39층 복합시설을 조성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구의동 546-1번지 일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건축심의와 건축허가를 거쳐 내는 하반기 착공 예정이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