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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에 나올 법한 '250m 장벽' 한강변 재건축의 진실[팩트체크]

    입력 : 2025.08.25 06:00

    압구정 재건축 ‘250m’ 한강변 장벽 논란 진실은?
    기존 병풍 아파트를 ‘유연한’ 스카이라인으로 대체
    모든 건물을 250m로 짓는 것으로 착각해 빚어진 해프닝

    [땅집고] “압구정 재건축으로 한강변 ‘장벽’을 세운다고? 한강변에는 20~30층, 랜드마크동 세워서 스카이라인 유연화하는 것이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모습./연합뉴스

    최근 한 언론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구역이 250m 높이의 아파트동을 한강변에 붙여 새로운 ‘장벽 아파트’를 세우려 한다는 비판을 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일부에서는 일본 만화영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거대한 장벽이 한강을 둘러싸는 것 아니냐는 괴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대해 인허가 관청인 서울시와 재건축조합 측은 기존의 '병풍형 아파트' 를 대체하는 유연한 스카이라인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과거 디자인 개념이 없었던 70~80년대 일자형으로 지은 아파트를 초고층, 중층, 저층 등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아파트로 한강변에 볼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한강변 재건축의 목표라는게 서울시의 해명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압구정 재건축 정비계획이 차례로 확정되고 있다. 2024년 11월 최고 65층, 250m 높이, 2571가구로 건립하는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올해 7월에는 최고 250m 높이(68층 내외), 1664가구의 4구역, 8월에는 250m높이(68층) 1401가구의 5구역이 정비계획이 결정됐다.

    그러나 5구역과 함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은 3구역은 보류 결정이 나왔다. 3구역은 최고 70층, 291m 이하, 5175가구로 초고층 재건축하는 계획을 제출했으나, 도시계획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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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구역의 심의 보류가 한강 조망권관 관련됐다는 이유로 장벽아파트 논란이 생겼다. 한강변 구축 아파트들은 대부분 동이 동일한 높이로 지어지고, 획일화된 배치 때문에 장벽을 세운 것처럼 위압감을 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3구역을 비롯한 압구정 일대가 재건축으로 250m의 획일화된 장벽을 세운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 재건축 단지들은 이와 같은 일명 ‘병풍아파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잠실동 ‘엘스’(34층), ‘리센츠’(33층), ‘트리지움’(32층)은 획일적인 높이로 도시경관이 단조로워졌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2년 ‘2040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잠실 쪽을 보면 두부나 무를 잘라놓은 듯한 아파트만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오 시장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마련한 ‘한강변 15층, 최고층 35층’ 등 층고제한을 폐지했다. 서울시는 초고층 건축을 허용해야 통경축(通景軸)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통경축은 사람이 걷거나 바라볼때 시야가 막히지 않고 자연, 도시 풍경등을 멀리까지 볼 수 있도록설계된 시선의 통로를 의미한다.

    서울시도 통경축 확보를 위해 최근 추진 중인 한강변 정비사업의 경우 동별 높이를 다양화해 스카이라인을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3년에는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강변 스카이라인 다양화를 위해 층수 규제를 폐지했다.

    압구정,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한강변 정비사업도 이 무렵부터 층수 제한이 아닌 250m 높이 규제를 적용해 새 아파트 건립을 추진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획일화된 장벽 아파트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압구정과 성수동의 경우 랜드마크동 배치, 경관을 고려한 한강변 높이 다변화 등의 방식으로 스카이라인 유연화를 꾀하고 있다. 250m 높이 규제를 마치 모든 아파트를 250m 높이로 맞춘다는 의미로 잘못 해석하면서 ‘끔찍한 장벽 아파트’라는 오해를 초래했다는 것.

    [땅집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3구역' 재건축 예상 조감도./압구정3구역 조합, 희림건축

    압구정3구역 측도 장벽 아파트 논란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장은 “압구정은 층수 규제가 아닌 250m 높이 규제를 적용하는데, 그렇다고 획일적인 높이로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니며 설계사인 희림건축과 함께 통경축을 확보한 시뮬레이션도 진행했다”며 “단순하게 압구정 재건축이 ‘장벽을 세운다’는 것은 과한 오해”라고 일축했다.

    이번 심의에서 3구역 정비계획안 보류의 주된 이유는 랜드마크동 배치 계획이다. 조합은 최고층 랜드마크동을 4개동 배치하도록 심의를 신청했으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2개동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합은 랜드마크동 배치안을 포함해 서울시의 스카이라인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조합장은 “최초 제출한 계획안에서 한강변에 고층을 배치하는 데 따른 위압감에 대한 지적이 있어서 앞쪽에 20~30층을 차례로 배치하도록 바꿨다”며 “또 랜드마크동에 대한 부분도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지 개요. /그래픽=임금진 기자
    압구정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3구역은 압구정동 현대 1~7·10·13·14차, 대림빌라트 등 총 4065가구 규모다. 3호선 압구정역과 가장 가깝다. 3구역 재건축 총 공사비는 압구정재정비구역 중 최고인 약 6조원에 달한다.

    압구정3구역은 인근 재건축 구역 중 한강을 가장 넓게 접하고 있으며 양쪽으로 동호대교와 성수대교가 지난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갈 때 압구정뿐 아니라 강남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핵심 위치에 있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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