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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장 회원권의 상상초월 거품..15년만에 최고가 일본보다 10배 비싸

    입력 : 2025.08.23 06:00

    15년 만의 고점, 고가 회원권 거래 활발… 간토 지역 평균 2800만원
    코로나 이후 예약난·기업 접대 수요 회복에 개인·법인 모두 매수세

    [땅집고] 일본 골프 회원권 가격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제3차 골프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이용객이 급증하는 데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야외 스포츠인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차라리 좋은 코스에서 치자”는 분위기가 확산했고, 기업 접대 수요까지 겹치면서 회원권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올랐다는 일본 골프장 회원권 평균가격은 2800만원 정도로, 여전히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최근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간토골프 회원권 거래업협동조합 자료를 이용, 간토 지역의 올 7월 주요 150개 골프장 회원권 평균 가격이 전월 대비 0.8% 오른 292만8000엔(약 2750만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소비세 포함 총액 표시로 전환된 2021년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다. 간토지역은 도쿄와 주변 지역 등 인구 밀집 지역을 포함한다.

    닛케이는 골프 회원권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기 급상승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법인 회원권 구매 증가 등을 꼽는다. 일본 골프 인구는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내리막 길을 걸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반등하고 있다. 회원권 거래회사인 사쿠라 골프에 따르면 작년 일본 내 골프장 이용객은 8793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을 웃돌았다.

    20년간 약 2200곳으로 유지 중인 일본 골프장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수요는 늘었으나, 공급이 없어 예약난이 심화하면서 일부 명문 코스에서는 예약 개시 30초 만에 마감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회원 우선 예약 제도가 적용되면서 자금력이 있는 개인들이 복수 회원권을 구입하거나 더 높은 가격대 회원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 접대 문화가 부활한 점도 골프 열풍에 한몫했다.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건설·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명문 회원권을 사들이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 땐 여유가 없어 접대를 줄였지만, 지금은 회원권이 있어야 고객 관리가 가능하다”며 “한 번 나가면 1인당 7만~8만엔(약 60만~70만원)도 쓰지만 계약 성사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들도 법인용 골프 회원권을 확보해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3년 오일 쇼크까지의 1차 골프 붐, 1985년부터 1990년대 초 버블 경제 시기의 2차 골프 붐에 이어 최근 ‘제3차 골프 붐’이 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거래시장에서는 150만~300만엔대 회원권을 사던 중장년층이 500만엔 이상 고급 회원권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골프 열풍에 힘입어 최근 회원권 연회비를 올리는 골프장도 나오고 있다. 도쿄도 내 골프장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말 대비 가격이 2배 이상으로 뛰었다. 골프 붐 재점화로 요일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한 정회원권은 명의 변경료 등을 포함해 총액이 1000만엔(약 9400만원)을 넘어서는 명문 골프장도 등장했다.

    개별 골프장으로 보면 도쿄도 다마시에 위치한 ‘후추 컨트리클럽’의 평일 회원권 가격은 올 6월 말 기준 320만엔으로, 지난해 말 대비 2.1배 올랐다. 가나가와현 ‘히라쓰카 후지미 컨트리클럽’은 450만엔으로 12.5% 상승했다.

    일본의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싸다.

    일본에서 회원권 가격이 가장 비싼 골프장은 고가네이 컨트리 클럽 (Koganei Country Club)이다. 버블기에 5.5억 엔(52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5000만엔(4억7000만원) 정도로 하락했다. 이 골프장은 1931년에 만들어졌으며 도쿄 시내에 인접한 명문 골프장이다. 한국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남부CC, 이스트밸리CC, 남촌CC 등은 20억원이 넘는다. 동아회원권 거래소에 따르면 100개 주요 회원권의 평균 시세는 2억 6462만원이다.

    일부 골프장이 급작스럽게 연회비를 인상하면서 수요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업계는 이번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도쿄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버블기처럼 투기 수요가 아니라 골프를 즐기려는 순수한 회원이 늘어난 만큼, 이번 골프붐은 숨이 길 것으로 본다”며 “과거 버블기와 달리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 중심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골프장 가격이 올랐으나, 여전히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골프여행 산업은 활발히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골프장 이용료와 그린피 인상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일본 골프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국내 항공사 등 여행산업계에서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ㆍ동남아 등으로 향하는 골프 여행객을 겨냥해 수하물 혜택 강화, 제휴 프로그램, 구독형 멤버십 등 다양한 전략을 마련했다. 일본과 국내 골프장 매매가격은 5억원과 20억원 수준으로 차이가 날 정도다. /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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