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21 14:35 | 수정 : 2025.08.22 10:08
[박영범의 세무톡톡] 삼성그룹 제친 신세계그룹의 똑똑한 상속 교과서
[땅집고] 올해 4월 30일 이명희 신세계 총괄 회장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주식 10% 전량을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했습니다. 이로서 2006년부터 시작한 신세계그룹의 사전 상속이 마무리됐는데요.
[땅집고] 올해 4월 30일 이명희 신세계 총괄 회장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주식 10% 전량을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했습니다. 이로서 2006년부터 시작한 신세계그룹의 사전 상속이 마무리됐는데요.
신세계그룹의 상속 역사를 한 번 짚어볼까요.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이 아들인 정용진 회장에게 84만주, 딸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63만주를 각각 증여하면서 시작됐는데요. 2016년에는 두 사람이 서로 갖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하면서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를 담당하는 식으로 지분 구조가 정리됐죠.
이어 2020년부터 이명희 총괄회장이 나머지 80만주를 두 회장에게 순차적으로 나눠줬는데요. 이로서 신세계그룹이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지 32년 만에 ‘이마트 정용진, 신세계 정유경’이라는 본격적인 남매 각자 경영 체제로 전환합니다.
선제적인 증여 덕분에 앞으로 신세계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그룹 내 상속 분쟁이나 상속세 납부 부담없이 안정적으로 경영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세계그룹, 사전 상속의 교과서…기업주 숨 붙어있을 때 준비해야
우리나라 상속·증여 세율은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50%로 높은 편입니다. 더군다나 대기업 일가는 상속·증여 주식에 대해 20% 할증 평가를 적용하는데요. 그러면 실제 세율은 60% 이상이고, 상장주식 양도 소득세율도 지방세 포함 22%가 됩니다.
주식 양도 금액은 상속재산으로 남기 때문에 다시 과세해 두 번만 상속하면 재산이 사실상 국유화된다는 계산이 나와 세계 최고 세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처럼 기업주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사망하면서 일시적으로 고평가한 보유 주식으로 상속하는 경우,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하여 보유 주식이나 계열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이번 신세계 그룹의 사전 상속은 안정적 가업 승계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모델로 보입니다. 기업주가 아직 생존해 있고, 주식이 저평가된 시기에 증여가 이뤄졌으니까요. 더불어 세금 납부 재원 마련 여부를 고려해 양도세는 양도자인 정유경 회장이 부담하고, 증여세는 수증자인 상속인 부담으로 선택해 각자 소유와 책임 경영을 가능케하는 방식이죠.
우리나라에서 차명 비자금과 주식을 이용한 편법·부당 상속과 경영권 승계 방법은 2008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 폭로로 시작한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신세계그룹의 똑똑한 상속 전략이 더욱 빛납니다.
◇중소·중견기업 승계는 국세청 도움 받으면 좋아
그럼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 기업은 어떻게 가업 승계해야 좋을까요.
기업주는 생전에는 창업 시 명의신탁한 주식을 환원하고, 가업상속 대상 주식은 상속인에게 미리 사전 증여해 상속인 사이의 분쟁과 부담을 덜어야 합니다. 사후에는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아 안정적으로 중소·중견 기업의 소유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죠.
과거 상법상 발기인 규정으로 인해 법인 설립할 때 부득이하게 주식을 다른 사람 명의로 올렸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입증이 어렵거나, 세금 부담 등을 걱정해 실제 소유자 명의로 환원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중견 기업이 많은데요.
만약 가업 승계를 원하는 기업주라면 생전에 국세청이 2014년부터 시행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명의신탁 주식 실제 소유자 확인 제도'를 통해 간소한 절차로 명의신탁 주식을 환원해야 합니다. 이때 국세청은 기업주가 제출한 증빙서류가 다소 미비하더라도 복잡한 세무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청 서류와 국세청 보유 자료 등을 활용해 간소한 절차로 명의신탁 주식 환원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어요.
가업을 물려받을 자녀가 계획적으로 사전 상속할 수 있도록 '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속세 신고할 때는 합산해서 정산하지만, 10%(120억원 초과분은 20%)로 낮은 증여세율을 적용해 주식을 먼저 증여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중소기업을 물려받게 된 자녀가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전 기업주가 10년 이상 영위한 회사를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라면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주는 '가업상속공제' 덕분이죠.
가업승계 대상 기업은 연매출액 5000억원 미만으로 기업주의 지분은 40% 이상이면서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상속인은 사후 관리로 상속인이 대표이사에 3년 이내 취임하고, 고용인원을 5년 통산 90% 이상 유지하면서, 가업용 자산을 40% 이상 처분하지 않는 조건입니다..
중소·중견 기업인들은 가업 승계 과정에서 전문 세무사에게 컨설팅 받을 수도 있지만,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가업승계 컨설팅' 신청도 가능합니다. 특히 수출 기업과 장수 기업은 우선 컨설팅 지원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끄는 중소·중견 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는 국민 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글=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