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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살이도 '오픈런' 시대…공덕역 8평 오피스텔 하루 만에 동났다

    입력 : 2025.08.20 06:00

    [땅집고] 지난 18일 기준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오피스텔 ‘공덕푸르지오시티’는 전체 468실 중 전세 매물이 단 한 건 뿐이다. 전용면적 27㎡(약 8평)로 전세금은 2억4000만원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워낙 전세 매물이 희소한데다 오피스텔이라도 전입 신고가 가능해 집을 보는 즉시 계약이 체결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는 워낙 귀해 나오자마자 하루도 안 돼 계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매물이 나오면 세입자들이 경쟁적으로 몰려드는 일명 ‘전세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이달 6일 서울시내 시중은행 영업점에 전세자금대출 금리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이 같은 전세 오픈런은 서울시내 곳곳에서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임대차2법 시행과 이재명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 등이 겹치면서 전세 공급이 사실상 씨가 마른 것이다. 서울 중구 묵정동에서 ‘센트럴부동산’을 운영하는 정소빈 대표는 “적당한 가격대에 전세 대출과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매물은 씨가 말랐다”면서 “어쩌다 괜찮은 전세 매물이 하나라도 나오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넣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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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세ㆍ반전세로 돌아선 집주인들…전세 시대 종말 오나

    전세 매물이 급감한 이유는 월세나 이른바 ‘반(半) 전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많아진 탓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전세금을 은행이나 채권에 넣어도 저금리로 인해 큰 재미를 보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월세는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해 자금 회전과 실질 수익률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전세 공급 감소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올 6월부터 전세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었고, 다주택자는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과거에는 전세대출과 보증보험을 활용해 심지어 대학생까지 오피스텔 투자에 참여했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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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전세사기 후폭풍이다. 최근 집주인들은 전세를 놨다가 자칫 전세금이 하락하면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전세사기꾼’으로 몰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서울 중구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로 큰 이익을 보기 어려운데다 사기꾼 소리 들을까 싶어서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한다”면서 “결국 전세 공급이 줄고 세입자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임금진 기자

    ◇“전세대출 조이면 월세화 가속”…결국 세입자에 부담 전가

    전세 공급 감소는 월세 비중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전국 주택 전세 비중은 2020년 59.3%에서 올해 38.1%까지 떨어지며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다.

    월세 거래량은 급증세다. 지난 1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임대차 계약 중 월세를 포함한 계약은 105만689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까지 연 평균 80만건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30% 정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6·27 대출규제 대책이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본다. 취지는 전세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데 있지만, 아파트 공급 감소와 맞물려 임대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에 들어섰다”며 “전세 대출을 조일수록 월세화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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