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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은 안되고 흑석은 된다?…아파트 '스카이브릿지' 잣대 들쑥날쑥

    입력 : 2025.08.19 10:53 | 수정 : 2025.08.19 15:07

    흑석9구역 동작구 첫 스카이브릿지 단지
    잠실주공5는 철회, 삼성도 개포우성7차 제안 포기

    [땅집고] 서울 흑석9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짓고 있는 디에이치 켄트로나인이 동작구 일대 처음으로 ‘스카이브릿지’를 적용한다. 서울시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잠실주공5단지 등에 스카이브릿지 계획을 제동 걸었던 점을 고려하면 스카이브릿지 심의 기준이 제각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땅집고]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조감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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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흑석9구역 재개발 건축·경관 분야에 대한 변경 심의안을 7일 통과시켰다. 조합이 정기총회에서 결의한 스카이브릿지 및 기타 설계변경안이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흑석9구역은 지상 25층, 20개 동, 1540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단지명은 디에이치켄트로나인이다.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했다. 입주는 2028년 하반기 예정이다.

    이번 설계 변경안의 핵심은 ‘특수 커뮤니티’다. 두 개 동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릿지에 전망대와 라운지 등 지역사회 개방형 시설을 설치한다. 조합은 “동작구 내 스카이브릿지가 적용된 첫 주거 단지”라고 강조했다.

    스카이브릿지는 고층 건물 사이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공중 통로다. 시공 난도가 높고 비용이 많이 들어 일부 초고급 단지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송파구 신천동 잠실 르엘 등이 대표적이다. 고층 스카이브릿지는 준공 후에도 유지·보수 비용이 크다. 하지만 한강 조망권과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을 원하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수요는 꾸준하다.

    문제는 서울시의 태도다. 시는 그간 ▲조망권 침해 ▲도시미관 저해 ▲통경축 확보 우려 ▲공공성 부족 등을 이유로 스카이브릿지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사업 주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잠실주공5단지는 스카이브릿지 2곳 설치 계획을 세웠다가, 서울시의 권고를 받아들여 전면 철회했다. 당시 시는 “가로 경관 확보가 어렵고, 공공개방시설로 담보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자 조합에서 설치를 취소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스카이브릿지 설치가 잘못 됐다는 것이 아니라 위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조합이 삭제한 것이다”고 했다. 서울시는 스카이브릿지 건축 자체를 막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구조적 안정성이 확보되고 피난 대피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라면 유연하게 허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조합과 시공사는 스카이브릿지 설치가 자칫 사업 속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다. 비슷한 이유로 삼성물산도 최근 개포 우성7차 설계에서 스카이브릿지를 제외했다. 관할 지자체가 ‘경관 훼손’ 판정을 내리면 인허가가 지연돼 사업성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이번 흑석9구역 사례처럼 스카이브릿지 설치가 허용되면, 앞서 제동이 걸렸던 사업장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결국 지자체 재량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라며 “서울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사업별로 들쑥날쑥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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