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18 13:37
[땅집고] 서울 성수전략정비구역 3지구(이하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이 성동구청의 ‘입찰 무효’ 판단을 뒤집고 설계사 선정을 강행해 설계업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가 “두 참여 업체의 설계안 모두 정비계획에 부적합하다”며 설계공모를 백지화한 상태에서 조합이 “설계안은 나중에 지침에 맞춰서 제출할 것”이라며 설계사를 독단적으로 선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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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조합이 지자체 판단을 무시하고 절차를 건너뛴 초유의 사태”라면서 작년 정비계획 위반으로 설계사 선정이 취소됐던 강남구 압구정3구역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8일 재개발 업계에 따르면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은 지난 9일 총회를 열고 해안건축을 건축설계사로 선정했다. 해안건축은 총 578표 중 72%에 해당하는 413표를 받았다. 경쟁사인 나우동인 컨소시엄은 165표를 받았다. 해안건축은 기존 설계안에서 50층 이상의 동수를 5개로 제안했으나, 이를 정비계획에 맞춰 2개로 줄이기로 약속하면서 설계사에 선정됐다.
김병우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장은 이후 조합원들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설계공모를 통해 설계업체를 선정한 만큼, 건축 통합심의체재로 전환해 신속하게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선정 설계업체와 수시 소통을 통해 건축심의 기본설계 및 적산 설계를 최대한 빠르게 완료해 인접지구와 발맞춰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입찰공모가 엎어져서 취소가 된 상황에서 조합이 설계사를 선정한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경쟁입찰이 두 번 유찰되면 수의 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성수3지구의 경우 지난 4월 1회만 유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케이스는 유찰이 아닌 입찰 취소이기 때문에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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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였던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에서도 조합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나우동인측은 성수3지구 조합에 공문을 보내 “성동구청 공문에 따라 입찰자의 입찰이 무효가 된 사실을 조합이 인지하고 강행한 것으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해당 총회의 설계자 선정 안건은 무효로 처리해야 하며 해안건축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성동구청에서 지난 5일 성수3지구 조합에 “두 업체의 설계안이 정비계획에 부적합하다”며 재입찰을 권고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점을 근거로 든 것이다. 두 설계안은 모두 고층 주동을 과도하게 배치한 점이 문제가 됐다. 구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13조를 근거로 “이 같은 변경은 ‘경미한 변경’이 아니”라며 사실상 해당 입찰을 취소하고 재공모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조합은 선정된 해안건축의 설계안을 지침에 맞게 고쳐서 구청으로부터 적합 판정을 받고, 인허가 등 후속 절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자체의 재공모 권고를 무시하고 조합 마음대로 설계사를 뽑은 것은 본 적이 없다”며 “현상공모 설계의 공정성 문제와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시가 정한 정비계획 안에서 공정하게 최적의 안을 도출하는 것이 설계공모의 취지인데, 이를 어겼다는 것. 성수3지구의 설계사 선정을 인정할 경우 과거 시의 지침을 어겨 설계사 사태를 겪었던 압구정3구역 등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 당시 서울시는 조합이 선정한 설계사를 취소하고 설계자 재공모를 실시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구청이나 시가 성수3지구 사례를 그냥 넘어갈 경우, 이는 다른 모든 정비 사업지에 ‘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초유의 사태에 구청에서는 판단을 보류하는 상황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도 처음 겪은 상황이라, 현재 조합이 총회를 강행해 설계사를 선정한 상황에 대해 지켜보는 중으로, 협의를 거쳐 행정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수3지구 재개발 사업은 성수2가1동 572-7번지 일대 11만4198㎡ 부지에 공동주택 2213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정비사업이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