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18 06:00
[땅집고] 광주광역시를 기반으로 성장한 지역 건설사들이 잇따라 광주를 떠나 수도권으로 사업 축을 옮기고 있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주택시장 침체, 시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가 겹치면서 광주에 남을 이유가 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수도권 이전…재건축·재개발 수주 확대·브랜드 전국화 전략
광주 기반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서울로 본사를 옮긴 곳은 호반건설이다. 2005년 광주에서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전한 뒤, 2019년 서초구 우면동 ‘호반파크’로 재이전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 확대와 브랜드 전국화를 겨냥했다.
우미건설도 뒤를 이었다. 전남 장성에서 출발해 호남권을 거쳐 성남 분당으로 사옥을 옮긴 뒤, 2020년 서울 강남에 입성했다. ‘우미린’ 브랜드를 앞세워 강남권 진출과 스타트업 투자 등 신사업 확장을 노렸다.
제일건설은 본사는 광주에 두되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지사를 열어 수도권 거점으로 삼았다. 2020년 경기 고양 덕양구 향지구와 평택 고덕신도시에 ‘제일풍경채’를 공급하며 전국구 브랜드 전략에 속도를 냈다.
대형사 중 중흥건설만이 여전히 광주 북구 신안동 사옥을 본사로 유지한다. 그러나 신규 분양 비중에서 수도권이 이미 광주를 앞섰다. 업계는 “중흥이 광주에 남은 건 지역 기반 성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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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인구 140만명 붕괴…주택 수요 기반 무너져.
건설사 탈(脫)광주의 핵심 배경은 인구 감소다. 특히 20~30대 청년층 유출이 두드러지면서 생산·소비 기반이 동시에 약화했다.
광주시 인구는 2020년 145만 명에서 올해 139만 명대로 줄었다. 140만 명 선이 무너진 건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감소율 0.9%는 전국 최고, 가구 수 증가율 0.3%는 전국 최저다.
주택 수요 붕괴는 미분양 폭증으로 이어졌다. 광주시 미분양 주택은 2021년 27가구에서 올해 5000여 가구로 급증했다. 지방 경기 침체와 분양가 상승 탓에 단기간 해소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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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기부채납’…사업성 갉아먹는 규제
건설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시행사도 광주시를 기반으로 한 개발 사업을 꺼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과도한 기부채납’이다. 광주시가 기부채납을 통해 확보한 공공기여금만 해도 ‘1조원’이 넘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따져도 최고 수준이다.
대형 민간개발 사업 중 기부채납으로 발목을 잡힌 대표 사례는 총 사업비 1조2000억원 규모의 ‘광주 신세계백화점 확장 사업’이다. 2023년 신세계백화점 측이 이마트 건물과 인접 주차장을 통합 개발하며 광주시 소유 도로 선형 변경을 제안했으나, 시는 감정가 기준 최대 15%에 달하는 약 395억 원 규모의 기부채납을 제시했다. 신세계백화점이 더 낮은 금액을 제안하자 지역 상인들이 특혜라며 반발했고 현재 사업은 2027년 개점을 앞두고 장기 표류 중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총 사업비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광주 최대규모 민간공원 조성 사업인 ‘광주중앙공원 1지구’ 사업은 8680억 원, 광주 북구 임동 전방·일신방직 부지에 복합쇼핑몰과 아파트를 개발하는 ‘올 뉴 챔피언스시티’ 사업은 5899억원 규모의 기부채납이 예정돼 있다. 2020년 사업시행자인 휴먼스홀딩스가 매입한 광주 전방·일직 방지 토지 가격은 6850억원 수준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토지 매입가에 육박하는 기부채납은 사업성을 무너뜨린다”며 “사업자는 움츠러들고 비용 부담은 분양가에 전가돼 결국 미분양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