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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주차장에 들어와 소화기 난사" 공공보행로에 열받은 주민들

    입력 : 2025.08.15 06:00

    [땅집고] “우리 땅에, 우리 돈내고 만든 공공 보행로 때문에 정말 골치가 아픕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일대 대장주인 ‘고덕아르테온’ 아파트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공공 보행로에 펜스를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입주민들 사이에서 나와 주목된다. 입주민들은 “공공 보행로 운영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보행로에서 아파트 단지 내부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보니 주거 환경을 침해받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고 주장한다.

    다만, 펜스 설치는 고덕아르테온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등 입주민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단지 내에 공공보행로가 사유지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고덕아르테온’은 기존 ‘고덕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2020년 입주한 총 4066가구 대단지다. 북쪽으로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을 끼고 있다. 고덕지구 일대 아파트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올 7월 이른바 국민평형인 전용 84㎡(34평) 기준 18억7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집값도 높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건 고덕아르테온 단지 중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공공보행로다.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받아 층수를 높이는 대신, 이 길을 외부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했던 것.

    [땅집고]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공공보행로 위치. /이지은 기자

    현재 공공 보행로는 고덕아르테온과 남쪽으로 맞붙은 ‘고덕자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행로를 이용하면 단지에서 상일동역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공보행로를 이용하면 ‘고덕자이’에서 상일동역까지 10분 정도 걸리지만, 이 길을 빙 돌아가는 경우 도보 15분 이상 거리로 체감 시간이 늘어난다.

    그런데 최근 공공 보행로로 인해 사고(?)가 터졌다. 올 7월 말 고덕자이 아파트 입주민 자녀를 포함한 외부인이 ‘고덕아르테온’ 지하 주차장에 무단으로 들어가 소화기를 난사한 것.

    이 때문에 일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고덕아르테온과 고덕자이 입주민간에 감정 싸움이 벌어졌다. ‘고덕자이’ 입주민들이 아파트 홍보글을 올리며 “우리 단지는 외부인이 없어 안전하다”고 언급하자, 기분이 상한 ‘고덕아르테온’ 입주민이 “그 위험한 외부인이 바로 너희”라며 이들이 단지 내 공공보행로를 쓰지 못하도록 펜스를 설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땅집고] 올해 7월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지하주차장에 ‘고덕자이’ 입주민 자녀가 난입해 소화기를 분사한 사건. /고덕아르테온 관리사무소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공 보행로에 펜스 등 추가 구조물을 설치해 외부인을 막기는 어렵다. 당초 ‘고덕아르테온’이 서울시와 공공개방을 원칙으로 조성한 길이기 때문에, 만약 펜스를 설치하면 강동구청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상일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고덕지구는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단지가 많아서 본인이 사는 아파트를 인근 단지보다 비교 우위에 놓으려는 입주민 움직임이 강한 편”이라며 “이렇다보니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서로의 아파트를 비방하는 글도 많아 입주민 간 갈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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