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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참사의 숨은 배후는 국토부…"공사비 깎고 무리한 공사 강요"

    입력 : 2025.08.14 06:00

    [연중 기획-건설 재해 제로(0)의 길]

    거듭된 산재 사고로 위기감 퍼진 건설업계
    ‘공사비·공기 압박’ 정부 공공공사 구조적 문제도 지적

    [땅집고] 최근 포스코이앤씨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건설업계 안전 강화 지시를 내린 가운데, 포스코이앤씨는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제한 등 강력한 정부 제재 가능성에 직면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공공사의 낮은 공사비와 공사 기간 단축 등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가 산업재해의 근원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정부가 사실상 건설산업재해의 공범이라는 주장이다.

    [땅집고]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전 사장이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관계자들과 사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포스코이앤씨의 중대재해 사고는 올해에만 수 차례 발생하며 사회적 논란을 키웠다. 지난 4월 신안산선 복선전철, 대구 주상복합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7월에는 함양울산고속도로 합천~창녕 구간 의령나들목 구간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4일에는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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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의 원인은 이미 포스코그룹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일부 예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 관리 취약 요일 및 시간에 임의 작업이 진행되거나 기본 안전 기준이 미준수되는 등 내부적으로도 안전 관리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실제 사고는 대부분 주말 전후로 집중되는 ‘취약 요일’인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집중됐다. 신안산선 사고는 금요일, 대구 주상복합, 함양울산 고속도로, 광명서울 고속도로는 월요일에 발생했다.

    ◇ 공사비·공기 압박이 낳은 ‘안전 불감증’

    사고의 배경에는 공공공사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공공공사, 기반시설 공사에서 원가와 공기 이슈가 심화되면서 중대재해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사고가 발생한 신안산선, 함양울산고속도로, 광명서울고속도로 등은 모두 예산 확보 지연이나 주민 민원 등으로 사업 진행에 차질을 겪었던 현장들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공공사업 비중을 늘려왔다. 2022년 2063억원 수준이던 공공사업 수주액은 023년 3200억원, 2024년 5100억원까지 늘었고, 올해 상반기 6237억원까지 급증했다. 국내 건설사 중 공공공사 수주 실적 2위에 해당할 정도로 공공사업 수주 확대는 결과적으로 중대재해 위험을 키우는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다.

    올해 발생한 사고 중 가장 큰 충격을 안겼던 신안산선 사고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겪었다. 포스코이앤씨(18.15%)를 대표사로 하는 특수목적법인 넥스트레인은 2018년 2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근거로 신안산선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땅집고] 지난 4월 11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연합뉴스

    당초 2017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트루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시공참여확약서 문제로 지정 취소됐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시공사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법률적, 재정적, 행정적 책임을 지도록 요구했으나, 컨소시엄 참여 시공사들은 공사 도급계약에 따른 책임만 지겠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공사를 시작한 신안산선은 2025년 4월 준공해 개통할 예정이었다. 넥스트레인 측이 2024년 초 국토부에 48개월 연장을 요구했다. 넥스트레인은 토지 보상 지연, 지장물 이전 지연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2023년 1월 지반이 매우 불량하다는 감사원 지적으로 특수 설계와 공법을 적용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 공사 진행이 더뎠다.

    국토부는 2024년 5월 최종적으로 20개월 연장에 합의했다. 지반 불량이 의심된다고 지적받은 구간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며 국토부의 공기 단축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에 국토부는 “국민 불편 최소화”를 이유로 들며 인력과 장비의 추가 투입, 터널 양방향 굴착 등 만회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건설이 공사를 포기한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현대건설은 공사기간이 108개월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기존 입찰 조건이었던 84개월을 고집했다. 국토부가 안전보다는 70~80년대식으로 돌관공사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 비현실적 조건, 하도급 리스크로

    비현실적인 공사 조건하에서 건설사들은 공사를 재하도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현장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만든다.

    지난 4일 발생한 광명서울 고속도로 사고 역시 미얀마 국적의 하도급 업체 직원이 당했다. 사고가 발생한 옥길동 일대 1공구는 원래의 계획상으로는 지상에 시공 예정이었으나, 주민 민원으로 인해 지하 터널화가 결정됐다.

    터널이 지나는 구간은 국토부가 발주해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곳이다. 포스코이앤씨는 LT삼보가 터널 공사에 필요한 파일공사, 토공사 등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터널 공사 구간에 고인 물을 퍼내는 양수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감전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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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은 불법 하도급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포스코이앤씨 송도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하도급법 위반 협의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과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은 12일 포스코이앤씨와 LT삼보를 압수수색했다.

    건설업계에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업 부문에서 공공공사 비중이 큰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안전 관리에 더욱 투자를 많이 해 신경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정부가 엄포를 놓는 것처럼 단속으로 한다면 안 걸릴 현장이 없을 것”이라며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태도로만 나온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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