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13 06:00
삼성물산, ‘래미안’ 공사 실적 10등 밖인데 시평 12년 연속 1위
평가 방법 바꿔도 여전히 재무구조 영향력 커
[땅집고] “아파트도 안 짓는데 어떻게 삼성물산이 1위야?”
지난 7월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위를 차지했다. 2014년부터 2025년까지 12년 연속 가장 높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으나, 아파트 등 주택사업 준공 실적이 거의 없는 최근 삼성물산의 행보를 고려하면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평가 방법 바꿔도 여전히 재무구조 영향력 커
[땅집고] “아파트도 안 짓는데 어떻게 삼성물산이 1위야?”
지난 7월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위를 차지했다. 2014년부터 2025년까지 12년 연속 가장 높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으나, 아파트 등 주택사업 준공 실적이 거의 없는 최근 삼성물산의 행보를 고려하면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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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지난해부터 평가 항목별 기준에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삼성물산은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파트 실적은 경쟁사들 대비 미미한 수준이지만, 반도체 공장 공사, 재무 안정성 등에서 삼성물산이 힘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 경영평가액 ‘과도해’ 지적에 법 개정…비중 40%대→30%대 초반
시공능력평가제도는 국토부가 건설사가 1건의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금액으로 환산해 평가하는 제도다. 3년간 공사실적(실적평가액), 경영·재무상태(경영평가액), 기술능력(기술평가액), 신인도(신인도평가액) 등을 종합 평가한다. 여기서 경영평가액은 실질자본금에 경영평점을 곱한 뒤 80%를 적용해 산정한다. 차입금의존도와 이자보상배율, 자기자본비율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탄탄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시공능력평가액 순위을 낼 때 시공능력 대비 경영평가액이 과도하게 반영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을 땐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건설사에겐 치명적이다.
2023년 관련시행규칙이 개정돼 2024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경영평가액의 상한선이 공사실적평가액의 3배로 설정됐는데, 이제는 2.5배로 낮아졌다. 신인도 평가액 상한도 공사실적평가액 30%에서 50%로 확대됐다.
전체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액에서 경영평가액 비중은 2021년 38.6%, 2022년 40.4%, 2023년 37.6% 등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을 유지했다. 반면 신인도 평가액 비중 10%를 넘어가지 못했다.
2025년 전체 건설사 총 시공능력평가액에서 경영평가액의 비중이 줄고 신인도평가액은 늘었다. 총 229조877억원 중 공사실적평가액 121조1669억원(40.5%) 경영평가액 97조7406억원(32.7%), 기술능력평가액 45조3716억원(15.2%), 신인도평가액 34조8085억원(11.6%)으로 집계됐다.
◇ ‘래미안’ 실적 10등 밖…삼성물산 어떻게 1위?
2025년 삼성물산의 시공능력평가액 34조7218억원 중 공사실적평가액 9조1503억원(26.3%), 경영평가액 19조9907억원(57.6%), 기술능력평가액 1조5284억원(4.4%), 신인도평가액 4조523억원(11.7%)를 기록했다.
기술능력평가액(4위)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타사를 제쳤지만, 특히 경영평가액이 압도적이었다. 상한을 줄였음에도 경영평가액이 10조원은 넘은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했다. 이 부문 2위인 DL이앤씨는 5조8738억원인데, 삼성물산의 29% 수준이다.
공사실적평가액이 그만큼 뒷받침해준 덕분이지만, 주택 사업에서만큼은 존재감이 미미했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래미안’ 시공 실적은 1조2664억원으로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현대건설 6조2871억원, GS건설 6조528억원은 물론이고 DL이앤씨 자회사인 DL건설 1조3940억원에도 밀린다.
삼성물산은 한동안 주택사업에서 비중을 줄이게 된 때는 공교롭게도 2014년 삼성물산이 시공능력평가액 1위를 탈환한 이후였다. 2015년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서초 그랑자이) 수주 실패 이후 도시정비사업을 비롯한 주택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도 완공 단지는 8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웬펜타스’뿐이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공사실적 대부분은 공장, 창고, 연구소 등 광공업용 건축(10조3995억원)으로 전체 건설사 중 가장 많았다.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로부터 발주받은 반도체 공장 공사였다. 지난해 평택캠퍼스 ▲4공장(P4) 신축공사(4조8139억원) ▲3공장(P3) 페이즈(Ph)3(3조8023억원) 등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매출에 반영된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도시정비사업을 포함한 주택사업에서 삼성물산은 여전히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설사다. 실제 시공능력보다는 래미안이라는 브랜드의 희소성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를 선정할 때 다른 건설사들이 더 좋은 제안을 하더라도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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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 시공사를 선정할 때 조합원들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시공능력평가액 순위와 브랜드”라며 “정비사업에서는 조합에 제안하는 설계, 금융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이름값이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평가 기준 바뀌어도 시평은 대형사에 유리
시공능력평가액 평가 기준 개정에도 기존의 문제를 해소하진 못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23년 시공능력평가 방식 개정을 논의할 때 금액 합산 대신 점수제 환산, 공사실적과 기술능력 개별 공시 등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행 방식에서 평가 항목 배점을 조정하는 데 그쳤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는 당연히 토목, 건축 등 공사실적이 우선돼야 하는데 제도 개정 이후에도 순위에는 사실상 큰 영향이 없다”며 “특히 최근처럼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시공실적이 감소할 때는 경영평가액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공사실적평가액의 2.5배에 해당하는 경영평가액 상한을 비교하면 대형건설사에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평가액 상한은 삼성물산이 22조8757억원, 현대건설이 18조3917억원이었는데 실제 평가액은 그 이하였다. 반면 12위 호반건설(2조4544억원), 14위 두산에너빌리티(2조1414억원), 21위 우미건설(1조4179억원), 22위 대방건설(1조3491억원), 32위 동원개발(9732억원) 등은 상한을 꽉 채웠다. 경영평가액이 더 커질 수 있었음에도 제한을 받았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