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07 15:39 | 수정 : 2025.08.07 16:41
[땅집고]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출규제가 ‘한 달 천하’로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 6월27일 이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소폭 축소했는데, 8월 첫 주 들어 오름폭이 다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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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 주(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격이 0.14% 올라 상승률이 전주(0.12%)보다 커졌다. 강남구(0.11%→0.15%), 강동구(0.07%→0.14%)는 물론 성동구(0.22%→0.33%), 광진구(0.17%→0.24%), 용산구(0.17%→0.22%)도 상승폭을 키웠다. 이와함께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도 0.02%로 전주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였던 12.19 대책과 닮은 꼴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번 대책은, 결말도 비슷한 형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정부는 투기지역에서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었는데, 이후 집값이 오히려 역대급으로 폭등하는 대참사가 뒤따랐다.
◇문재인 정부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 이후, 수도권 대폭등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강남 등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극단적인 대출규제였다.
대책을 발표할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이런 강력한 대책은 효과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고가 주택 담보 대출 금지 조치는 오히려 강남 집값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의 서민 아파트 가격 폭등의 방아쇠를 당겼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아파트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1월 1.87%의 상승률이 12월에 1.72%로 미미하게 상승률이 줄어드는 듯했다. 거래도 크게 줄었다. 정부에서는 “역시 대출규제가 최고야”라는 환호성이 터졌다.
하지만 그 환호는 눈 깜짝할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다. 2020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사상 유례없는 22.9%의 대폭등을 기록했다. 실거래가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 대참사는 초강력 대출 규제가 증폭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이어 경기도 아파트도 따라 상승…“文 정부때와 똑같아”
강남 고가 주택을 겨냥한 대출 규제는 인천과 경기도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까지 폭등시키는 풍선효과를 초래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019년 11월 0.9%에서 12월 1.24%로 상승률이 높아졌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자 경기도, 인천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가 폭증하는 등 이른바 풍선 효과가 본격화한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2020년 21.92%, 2021년 24.24% 오르는 등 집값 대폭등 현상이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는 28번의 세금-대출 규제를 가했지만, 집값을 잡는데 실패한 정부로 기억되고 있다. 집값은 금리, 주택공급, 소득, 경기, 세금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주택 가격이 정부의 규제로 통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문재인·노무현 정부가 수없이 증명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주택시장 규제 만능주의’라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모델을 너무나도 충실하게 답습하고 있다. 실패의 역사에서 교훈 얻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