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07 06:00
[땅집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과 주유소 등을 주력 자산으로 보유한 상장리츠 SK리츠의 주가가 최근들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리츠는 이날 종가 기준 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5560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13.8% 하락한 수준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주로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은퇴세대들이 노후자금을 넣어놓을 용도로도 인기가 많았다. 실제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7.5%에 달했다. 은행 예·적금 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SK리츠를 포함한 상장리츠 주가 하락폭이 배당률을 상쇄하면서 총 수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SK리츠의 경우 올해 연 5.6~5.8% 수준의 배당을 받았지만, 주가가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13% 넘게 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총 수익률 측면에서 투자자는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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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가 불씨…‘물량 부담’에 매도세 가속, 외국인 투자자도 등 돌려
SK리츠의 투자 심리를 꺾은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6월 이뤄진 유상증자다. SK리츠는 지난 6월17일 485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6월 18일 만기가 돌아오는 전자단기사채 1600억원 중 일부를 상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주당 4650원에 총 1043만주를 발행했다. 발행가는 기준 주가와 동일해 할인발행은 아니었고, 신주에는 1년간 보호예수 조건이 붙었다. 시가총액의 4% 미만 규모로 표면적으로는 주가 희석 우려가 크지 않은 구조였지만, 시장은 달랐다. 신규 물량 유입에 따른 주가 하락 우려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유상증자 발표 후 지난 6월23일 주가는 최저점인 4440원을 찍었고 이내 상승하긴 했지만 48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두 달 전인 6월 4일 기준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율은 7.8%였는데, 8월 1일 기준 7.03%로 외국인 투자자도 많이 빠져나갔다. 리츠는 부동산 매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타이밍과 시장 상황이 맞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번 신주 발행은 금리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시점이어서 추가 물량 공급 자체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111개 주유소 애물단지, 처분도 못해…“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요”
SK리츠의 자산 구성 다양성 부족도 주가가 빠진 이유로 꼽힌다. SK리츠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해 2021년 9월 상장한 SK그룹의 스폰서리츠다. 오피스 4개, 주유소 111개 및 수처리센터 5개 동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운영자산규모(AUM)는 4조9000억원이다.
SK리츠의 포트폴리오는 종로구 서린빌딩을 비롯해 총 4개 오피스가 핵심이다. 서울 지역의 오피스 임대료는 역대 최고 수준이고 공실률도 낮아 수익 전망이 우수하긴하다. 단 수익이 지나치게 특정 섹터에 몰려 있어 경기나 업종 변화에 취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SK리츠를 매도한 배경에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오피스 시장의 임대료 조정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력 자산이 오로지 오피스인 점은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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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자산 중 111개의 주유소(전체 자산의 약 18.5%)는 장래 성장성이 제한적인 사양 산업으로 다른 리츠에서도 처분하는 추세다. 상장리츠인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역시 주유소를 대거 보유했는데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13개 주유소 및 부지를 매각해 그 차익이 영업 수익으로 반영됐고, 기존 매입가 대비 높은 처분 이익을 실현했다. 이 수익은 특별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반면 SK리츠가 2023년부터 SK에너지와 함께 추진했던 경기 시흥의 100억원 규모 주유소 복합 에너지 플랫폼 개발 사업은 지난해 말 전면 중단됐다. 코람코리츠는 입지가 우수한 주유소를 선정해 매각 수익을 올린 반면 SK리츠가 보유한 주유소는 아직 개발 가능성이나 활용 전략이 부실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SK리츠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보다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리츠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어 개별 리츠의 경쟁력 부각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츠 투자의 기본은 ‘배당으로 원금 방어’인데, 주가가 그 이상으로 하락하면 의미가 퇴색된다”며 “최근 금리 불확실성과 상장리츠 전반의 유동성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