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25 06:00
[땅집고] 지방 부동산 시장도 온기가 도는 걸까.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졌던 지방 아파트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거래가 늘면서 일부 가격도 회복세다. 하지만 급상승하기에는 녹록지 않으므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는 전체적으로 0.34%, 5대 광역시 0.36% 상승했다. 잠정지수는 통계 작성 시점까지 신고된 실거래가 자료를 가집계한 결과로, 시장 흐름을 미리 내다볼 수 있다. 6월 실거래가지수 최종치는 8월 18일 발표된다.
지방 5대 광역시 가운데 해양수산부 이전 지역인 부산(0.68%)이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울산(0.6%)·대전(0.46%)·대구(0.16%) 순이었다. 지난 5월 0.35% 올랐던 광주는 6월 -0.23%를 나타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나머지 도 지역도 경남을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로 돌아섰다. 전남과 제주는 각각 1.09%, 1.74% 올랐다.

다만 매주 발표되는 주간 아파트 표본조사 통계에서 지방은 여전히 하락세이나 낙폭은 다소 줄고 있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표본조사 통계보다는 선행지표인 실거래가 잠정지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지방 공기업 이전, 주택 수요 ‘남하’ 효과 있지만…본격 상승세 접어들긴 어려워
지방 부동산 시장이 바닥 탈출 기미를 보이는 이유는 대출 규제에서 제외된 것이 1차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은 6·27 대출 규제 대상에서 빠졌을 뿐만 아니라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6개월간 유예된다. 또 지방도 올 하반기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정부의 준공 후 미분양 양도세·종부세 혜택에 세종시 완성, 2차 공기업 지방 이전 같은 대선 공약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2차 공기업 이전은 수도권의 튼실한 주택 수요가 ‘남하’하는 효과가 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2011년 수도권은 하우스푸어로 고통을 겪었지만, 지방은 5대 광역시 아파트 중심으로 20.3% 뛰었다. 혁신도시 개발과 공기업 이전에 대한 기대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 아파트값이 본격 상승세로 접어들기는 쉽지 않다. 핵심 수요층인 젊은 인구의 유출, 지역경제 침체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 또 주택시장을 옥죄는 준공 후 미분양, 즉 ‘불 꺼진 아파트’의 83%가 지방에 몰려있다.

■ 수도권과 지방 동반 급등 쉽지 않아…지방은 오름 속도 늦을 것
지방에 이 같은 악성 미분양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자리와 가격 경쟁력이 기존 아파트에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10% 할인하더라도 기존 아파트보다 비싸다 보니 소진되는 속도가 늦다”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 시장을 두루뭉술하게 볼 게 아니라 미분양과 기존 아파트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두 시장 온도 차이에 따른 착시현상이 생길 수 있어서, 즉 기존 아파트 가격이 회복된 다음 미분양이 점차 해소되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 지방에선 수도권에서 원정 갭투자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다. 2016~2021년처럼 지방, 수도권 갈릴 것 없이 동반 급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아파트 시장이 회복 속도가 늦은 것은 거시경제 요인 이외에도 가격이 비싼 게 또 다른 이유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5월 현재 지방 아파트의 실거래가 전고점(2021년 10월) 대비 회복률은 86.7%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85.9%)보다 1%포인트(p) 높은 셈이다. 미국발 고금리 쇼크로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는 2022년 한 해 동안 22.2% 급락했지만, 지방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10.4%).
지방은 실수요 성격이 강해 수도권보다 금리나 통화량 등 금융변수 영향을 덜 받는다. 그동안 수도권보다 가격이 덜 내렸으니 반등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방 아파트 시장은 지역마다 울퉁불퉁할 수 있으나 회복세를 나타내는 곳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 체질이 강하지 않아 그 속도는 늦지 않을까 싶다. /글=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