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24 06:00
[땅집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리츠를 활용해 최대 2조원대 자산 유동화 계획을 본격화했다.

자동차 및 미래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서다. 강남구 삼성동 GBC, 미국 조지아 공장, 자율주행·로보틱스 R&D 등 그룹이 계획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따른 자금 수혈 필요성이 증가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연구개발(R&D) 투자에 6조7000억원, 설비투자(CAPEX)에 8조6000억원, 전략투자에 1조6000억원 등 총 16조9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2028년까지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2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바뀌어가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공급망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내부 자금 확보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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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산 유동화는 비핵심 자산을 리츠 등에 담는 방안이 거론된다. 소유권은 유지하면서도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위함이다. 비핵심 자산을 리츠 등을 통해 유동화하면 자산 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전기차와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도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 2조원 규모 노량진·성수동 하이테크부지, 리츠로 개발할 듯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최근 코람코자산신탁, 신한자산운용·리츠운용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자산 유동화의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유동화 자산으로는 서울 노량진과 성수동, 도봉구 등에 있는 정비센터인 하이테크센터 부지가 고려되고 있다. 지방 센터까지 포함해 총 20여개 자산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자산의 규모는 총 2조원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단순 매각이 아니라 이들을 부동산 리츠, 또는 펀드 형태로 바꾸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노량진 하이테크센터는 연면적이 약 8500평으로 1·9호선 노량진역이 가까워 교통여건이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해 공시지가는 3.3㎡당 2316만원으로 총 1932억원 규모다.
도봉구와 성수동에 있는 하이테크센터도 준공업·상업지역이 인접하다. 하이테크센터는 대부분 자동차 수리센터로 활용되고 있고 교통 여건 등이 우수해 재개발, 복합개발 등으로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인접한 성수동 하이테크센터는 지식산업센터나 업무시설, 상업복합시설 등으로 재개발할 수 있어 임대료 상승 기대감이 높은 부지로 꼽힌다. 창동 아레나 공연장 개발이 예정된 도봉구의 하이테크센터는 문화와 오피스 복합 리츠로 개발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코람코, 신한 등 금융사와 리츠를 개발하고 위 센터들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일정 금액을 회수하면서 자산의 소유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세일앤리스백 형태로 유동화하면 소유권도 완전히 넘겨야하고 임대료가 모두 부채에 잡히지만, 리츠에 담으면 건물일부 지분을 계속 보유할 수 있고, 그 건물을 계속 임대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머지 지분은 투자자에 팔면서도 필요하면 다시 지분을 사오기도 하는 유연한 구조로 2조원을 굴릴 수 있게되는 셈이다.
■ 규제 완화한 프로젝트리츠 활용할 전망…소유권 유지하면서 현금 실탄 마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의 상당수가 재개발이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개발부터 운영까지 가능한 프로젝트 리츠를 활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6월부터 법안이 시행된 프로젝트 리츠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운영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리츠로,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는 리츠와 달리 설립 신고만으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기존의 리츠가 갖고있는 각종 불필요한 규제가 개발 단계에서는 대폭 완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후 운영단계에서 규제가 다시 기존 리츠 수준으로 되살아난다. 원래 리츠는 개발 단계에서 영업인가를 받아야만 설립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리츠는 당국에 신고하는 것만으로도 설립할 수 있다. 또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개발 단계에서 공모를 하지 않아도 되고, 주식분산 의무 규정 적용도 배제했다. 투자보고서 외 각종 기타 보고, 공시 의무 등을 삭제해 개발 단계에서는 기초적인 사업투자보고서만 보고하도록 했다. 단, 준공 후 운영 단계에서는 공모와 분산을 통해 일반 투자자를 모집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용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리츠의 경우 올해 규제완화된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 면제, 취득세 감면, 양도세 이연과세 등의 세제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대기업들이 부동산 개발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리츠를 통해 자산을 팔면서도 보유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고 했다. 이어 “다만 어떠한 형태건, 기업이 자산을 리츠에 넘기고 임차인으로 건물을 활용하는 구조는 그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경우에 리츠 수익률이 크게 흔들릴 수 있고, 재개발을 하더라도 분양률이 저조하면 리츠 손실이 발생하며, 다수 공모리츠들이 그간 부동산 가치 하락기에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