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21 06:02
[공공리츠의 덫 ②] 수익은 HUG, 손실은 시민…공공리츠의 비대칭 구조
[땅집고] 공공주도로 추진된 리츠(REITs) 방식 도시재생사업 1호가 실패하면서 지방정부의 책임 부담 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에서 진행된 ‘국가시범지구 1호’ 도시재생 사업이 대규모 공실 사태를 맞은 가운데, 사업 구조상 리스크 대부분이 고양시민의 세금으로 보전되는 구조라는 점이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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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 1호로 야심 차게 추진된 ‘창조혁신캠퍼스 성사’가 공실 사태에 빠지면서, 공공리츠(REITs) 사업 구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개발 사업이지만, 책임은 지방정부에, 수익은 공공기관이 가져가는 비대칭 구조라는 점에서 구조적 실패 가능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국토부의 야심작,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다
2019년 12월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뉴딜의 실질 성과 확대를 목표로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4곳을 선정했다. 서울 용산, 충남 천안, 경북 구미, 그리고 경기 고양시 원당이 그 대상이었다. 국토부는 “쇠퇴 도시의 재생 거점을 조성하고 체감도 높은 성과를 보여줄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11월 준공된 고양시 ‘창조혁신캠퍼스 성사’는 부지 소유의 92%가 고양시 소유 국공유지였다.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같은 해에 발탁된 사업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됐다.
당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창조혁신캠퍼스 성사' 내 기업 입주수요는 101곳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건물 8층에는 고양시 주요 공공기관을 모으기로 했었다. 그 동안 각 지역에 흩어져 셋방살이를 해오던 공공기관과 중간지원조직들이 이곳으로 모이게 될 경우 업무효율성과 예산절감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총 사업비는 2915억원으로, 고양시(502억원), HUG(522억원), 고양도시관리공사(1억원)가 자본을 출자했고, 1472억원은 기금 융자로 충당됐다.
기대와 달리 현재 건물의 상업·업무시설 대부분은 비어 있다. 지난 11월 준공 이후, 시는 수십억 원의 보증금·임대료·관리비를 혈세로 부담하고 있다. 2025년 1분기까지 고양시가 리츠에 보전한 금액만 70억원이 넘는다. 현재는 추가로 14억원을 추경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태가 10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 리츠 구조 속 ‘이상한 책임 분배’… HUG는 배당, 지자체는 보증
국내 리츠 대부분은 오피스‧임대주택 사업 등 민간 위주로 운영된다. 공공 개발사업으로 리츠를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도시재생 혁신지구 공모에 선정되어 국토부 장관이 지구 지정을 하는 경우 최대 250억원의 국비를 지원한다. 국토부 및 HUG는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사업 컨설팅도 함께 진행한다.
하지만 1호의 공실 사태를 분석한 결과 공공리츠 구조에서 책임과 권한의 비대칭이 두드러진다. 최대주주인 HUG는 10년 후인 2035년에 리츠를 청산하고 나면 출자금 522억원에 대해 2.5% 배당 수익을 가져간다. 즉, 약정 배당금의 회수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여부와 관계없다.
지역 거점시설을 조성하여 경제적 파급효과를 목표로 한다는 뜻과 달리 저리로 개발 사업비를 빌려주는 '은행' 역할만 하는 셈이다. 개발 사업에 대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지자체가 임대료·관리비·보증금까지 책임져야 한다. 고양시는 향후 10년간 공실 부담을 질 뿐 아니라, 10년 후에는 상가와 업무시설을 직접 매입해야 할 의무까지 뒤따른다.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사업임에도, 손실이 발생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정작 지자체와 시민들인 것이다.
■ 청주·천안·구미도 똑같은 구조…재앙 되풀이되나
이 같은 구조는 고양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주 농수산물도매시장 개발, 천안 도시재생, 구미 복합개발 사업 등 공공리츠 기반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다. 대부분이 HUG가 자금을, 지자체가 부지를 제공하고, 책임은 지자체가 떠안는 구조다.
현재 35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청주 농수산물 도매시장 개발도 잡음이 많다. 청주 농수산물 도매시장 부지는 4만 3930 ㎡에 주거·업무·상업시설을 직접 조성할 계획이었다. 청주시의 단일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지만, 시가 부담할 비용은 사업비의 3%대에 불과하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이다. 공동주택 일부를 선분양하고 업무와 상업시설 임대료를 받으면 안정적인 수익까지 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문제는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업체가 '창조혁신캠퍼스 성사' 공실 사태를 낳은 자산관리회사와 동일한 곳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또다시 대규모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사업 결정권은 대주주인 HUG에 집중돼 있어, 시가 실제로 사업 방향이나 구조 변경을 요구하더라도 반영되기 어렵다.
'창조혁신캠퍼스 성사'는 당초 구도심을 재생하는 혁신적 사업으로 주목 받았지만, 실상은 지자체가 실탄을 무한대로 제공하는 공공 리츠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례로 전락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이익을 보는 투자자와 손실이 생기는 투자자가 따로 있는 것이다. 결국 그 모든 부담은 시민의 세금으로 채워진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공공리츠 사업은 민간과 달리 국민 세금이 직접 투입되므로 더 엄격한 검증과 구조 점검이 필요하다”며 “특히 매입 확약, 공실 보증, 임대료 보전 조항 등은 지자체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사업성 판단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0629aa@chosun.com